↑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 [사진제공 = 각 사] |
"자발광 퀀텀닷을 활용해야 진정한 QLED TV라고 할 수 있다. 경쟁사(삼성전자)가 말하는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LCD TV에 불과하다."-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TV 시장에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노선이 갈린 삼성과 LG가 최근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며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타사 제품을 정면으로 디스하는 것은 물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쟁사를 저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각 진영 '맹주'로 TV 산업을 선도하고 매분기 판매량 1·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만큼 기싸움에서도 지지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경전 불씨 '롤러블 TV' 두고 디스전
신경전 불씨를 지핀 것은 삼성전자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롤러블 TV를 저격했다.
당시 한 사장은 "스크린은 가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스크린은 허브다. 돌돌 마는 TV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롤러블은 필요한 곳이 있다고 하면 다시 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하며 롤러블 TV 실용성을 지적했다.
LG전자가 CES 2019에서 첫 선을 보인 롤러블TV는 사용자가 시청할 때에는 화면을 펼쳐주고 시청하지 않을 때에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는 새로운 TV 폼팩터(형태)다.
이 제품은 화면이 말리고 펴지는 동안에도 OLED 화질을 유지하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OLED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경쟁사는 OLED TV를 선보이기 전까지 롤러블 TV를 선보이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롤러블TV에 대한 시각을 에둘러 비판했다.
또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가 진화할 수 있는 한계를 보였다는 점 이것 하나로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자사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8K QLED TV를 강조하면서 맞대응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당분간은 우리가 8K TV를 생산하고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회사라고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롤러블 OLED TV 'LG 시그니처 OLED TV R' [사진제공 = LG전자] |
삼성과 LG TV 경쟁 2차전은 LG디스플레이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27일 LG디스플레이는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제품을 겨냥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자발광 퀀텀닷을 활용해야 진정한 QLED TV다"며 "경쟁사가 말하는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LCD TV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경쟁사'라 표현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QLED TV를 겨냥한 말이다.
설명회를 주관한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 부사장 역시 "LCD를 사용하면 진정한 QLED가 아니다"며 "학계 등에서 말하는 진정한 QLED는 전압을 주면 바로 발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재료의 혁신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 말대로 Q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퀀텀닷 소자로 원하는 색을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퀀텀닷 물질은 개발 단계인 만큼, 진짜 QLED는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2017년 처음 선보인 QLED TV는 퀀텀닷성능향상필름(QDEF)을 LCD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덧댄 구조다. 때문에 당시 논란도 많았다. 엄연히 말해 퀀텀닷 소재 필름을 입히고,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LCD TV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처음 QLED 개념이 나왔을 때 자발광을 목표로 나와 약속된 표준처럼 보이지만 아직 산업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며 "퀀텀닷 기술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QLED라고 붙여 소비자들에게 그 기술을 브랜드화해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퀀텀닷 기반의 디스플레이를 일컬어 QLED라고 부르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소비자 이해와 인지도를 돕기 위해 퀀텀닷이라는 기술 명칭 대신 QLED로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판매량'은 삼성 '판매액'은 LG…엎치락뒤치락
지난달 8일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2019년형 삼성 QLED 8K 기술 설명회'에서 "작년 세계 시장에서 삼성 QLED TV 총 판매량은 경쟁사 OLED TV를 역전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 측은 즉시 반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제 지난해 판매 수량에선 QLED TV가 OLED TV를 제친 건 맞지만 금액 기준에선 OLED TV가 QLED TV를 앞섰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QLED TV 전체 판매량은 약 268만7000대로 251만5000대를 기록한 OLED TV를 앞섰다. 금액 기준에선 OLED TV가 65억2900만달러, QLED TV는 63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OLED TV가 1억8900만달러 많았다. 연간 성장률은 OLED가 58%로 QLED 44%를 웃돌았다.
↑ [그래픽 = 김승한 기자] |
업계에서는 최근 성장세가 빠른 QLED TV의 판매량이 OLED TV를 앞서는 추세가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IHS마킷은 올해 QLED TV 판매량은 417만1000대를 기록하고 2020년 657만2000대, 2021년 847만200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OLED TV는 2019년 340만대, 2020년 600만대, 2021년 710만대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와 비교해 2021년 기준 판매량 증가율은 OLED TV가 108.8%로 QLED TV(103.1%)
한편 일반 보급형 제품과 프리미엄 라인을 모두 합친 전체 TV 시장에서는 판매량과 판매금액 기준 모두 삼성전자가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어 LG전자(12.2%), 중국 TCL(8.0%), 중국 하이센스(7.2%), 일본 소니(5.3%) 순으로 집계됐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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