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복병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그 동안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해 왔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과 다른 완화된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돈을 끌어당기는 재료로 해석된다. 이에 각 종 규제책으로 약보합세를 유지하는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최고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발표하면 시중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은 이를 기준으로 해 나름의 금리를 책정하게 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도 오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준 금리가 인하는 대출금리 하락과 직결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때 이자 부담이 덜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늘어 날 수 있다. 투자자도 대출의 레버러지 효과(지렛대)를 이용해 신규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다. 예금 금리보다 임대수익률이 높다 보니 수익형부동산에 뭉칫돈이 몰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에 대해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할 재료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택 구매력의 양극화가 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내려가면 투자심리가 억제돼 추세 반등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대출규제가 여전하고 전세가비율이 낮아 갭투자가 쉽지 않다"며 "거시경제 불안으로 인해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강한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금리와 아파트값, 비교해 보니
↑ 기준금리 변동 추이(왼쪽)와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가 상승률 추이(%) [자료 출처 = 한국은행, 한국감정원] |
지난 2006년은 수도권 아파트값의 폭등(연 24.24%) 영향으로 집값 상승폭이 점차 둔화된 시점이었다. 상승 열기가 식었지만 연간 상승률만 따지면 높은 수준(6.77%)이었다. 기준 금리가 2%대로 크게 내려간 2009년과 2010년에는 집값 역시 내렸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고 있을 때다.
이후 1%대의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된 2015년에는 부동산 정책들이 완화돼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부터 아파트값 상승세가 고개를 들고 2015년에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2008년 이후 20만 건의 거래량을 유지하던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2014년에는 40만 건을 돌파했다.
◆ 겹겹이 부동산 정책, 금리 인하 시장에 영향줄까?
↑ 규제지역 대출 제한 내용 [자료 출처 = 국토부] |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볼 때 깐깐한 대출 심사와 강력한 대책 여파로 금리가 인하된다고 해도 집값 반등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미 대출 규메로 투자자들의 진입이 사실상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대출규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각각 40%로 규제가 강한 편이며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어렵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금융 규제도 적용되는 만큼 유산가가 아닌 이상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강력한 정책과 공급 발표로 억눌러져 있던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계획이 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력과 맞물리면 시장 과열에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제문 창조도시경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