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8기는 2030년 전 저장용량 초과 예상"

◆ 2019 국정감사 ◆

↑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수조의 모습. [사진 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1기 가운데 8기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용량이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탈원전 추진과는 별개로 국민 안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재까지 국내 원전 임시 저장수조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총 47만6729다발로 전체 저장 용량(52만8716다발)의 90.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수로의 경우 저장량이 1만8789다발로 저장용량(2만6804다발)의 70.1% 수준인 반면, 중수로의 경우에는 45만7940다발로 저장용량(50만1912다발)의 91.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1기 가운데 운영기간 만료 이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고리 3·4호기와 한울 1·2호기, 월성 1~4호기 등 총 8기에 달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2025년 운전기간이 만료되는 고리 4호기는 저장률이 94.9%, 2024년 만료되는 고리3호기는 94.2%에 이르러 사실상 포화 상태다. 운영기간 종료까지 저장용량이 수용 가능한 원전은 고리 2호기, 한빛 1·2호기 등 3곳에 불과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 딸면,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약 1만6000t은 임시로 습식저장시설(저장수조)과 건식저장시설에 저장돼 왔는데 2021년이면 포화 상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3년 완공 목표로 추진됐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 사업은 탈원전으로 폐기됐고, 사용후핵연료의 독성과 부피를 줄이는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실증사업 역시 내년 재검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탈원전 지지층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사업은 원전 가동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원전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기존 원전 가동으로 축적된 핵폐기물에 대한 처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개호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환경과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국민이 수용 가능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운영기간은 남아 있는데 사용 후 핵연료 발생이 저장용량을 초과 할 경우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원안위의 분명한 입장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