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 규제가 완화됐지만 신규 사업 신청 건수는 단 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규제 완화 후에도 중복 과잉규제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사업 참여에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비교적 안전한 의료기술인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한해 시범적으로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연말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 기일이 단축됐고 내년에는 다른 분야 검사기기에도 이 방안이 확대 적용된다. 기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80일)를 받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대상 확인(30~60일)을 거쳐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140~280일)를 통과해야만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건보 등재 신청 전까지 평균 390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만 기존처럼 80일간 받으면 시장에 바로 출시된다. 다만 시장에 진입한 뒤 심평원 급여대상 확인(30일)과 보건의료연구원의 사업대상 검토(30일)라는 '후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로써 기존 390일이라는 허가 기간은 140일로 단축됐지만 업계는 이 후평가가 여전히 까다롭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특히 애초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대병원을 찾아가 의료기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체외진단 기기는 식약처 허가만 받으면 곧장 출시할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4월 도입된 시범사업 안에는 여전히 총 60일 간의 후평가가 추가됐다.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선진입·후평가 방식의 규제 완화로 복지부는 올해 안에 최소 5건 이상 신규 사업 신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지난 9월 결핵균 특이항원 혈액검사 기기 1건만 신청됐다"며 "시범사업이 무색할 만큼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후평가가 전국 319개 종합병원급 이상으로만 제한돼 있고 임상 설계나 환자 모집, 임상적 평가 등 중복되고 복잡한 문헌 제출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 진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일규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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