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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날숨 기반 폐암 진단용 전자 코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해 한 연구원이 비닐 키트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 등 폐암 진단용 전자 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 '센서&액추에이트 B'에 게재된 바 있다.
기존에 폐암 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X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고 비용이 많이 들어 환자의 부담이 컸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 코 시스템은 사람의 호흡만으로 간단하게 검사가 가능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했다. 전자소자를 이용해 호흡을 통해 들어온 기체를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 유무를 판단, 검진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자 코 시스템은 데스크 탑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 기기, 금속산화물 화학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 기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진단 과정은 이렇다.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고 여기에 탄소 막대기를 넣으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는다. 이 막대기를 전자 코 시스템에 넣고 가동하면 센서에 의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진다. AI로 이 데이터를 환자의 날숨 데이터와 비교해 폐암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폐암 환자 37명과 일반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해 200회 분석한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 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한 결과, 폐암 유무 판단 정확도가 약 75%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폐암 환자 진단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임상적인 유의성을 통해 확인했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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