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개통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슈퍼컴퓨팅 인프라 제공을 통해 국내 과학자들의 소재 분석과 신약 개발, 우주 연구 등 굵직한 연구 성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KISTI는 누리온 1주년을 개념해 오는 3일 대전 본원에서 누리온의 지난 성과를 소개하는 '슈퍼컴 데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누리온은 2009년 4호기 도입 후 9년 만인 지난해 새롭게 도입돼 같은 해 12월 3일 공식 개통됐다. 높이 2m, 폭 1.2m의 대형 컴퓨터 128개를 연결한 병렬식 슈퍼컴퓨터로, 연산 속도가 25.7PF(페타플롭스·1PF는 초당 1000조 번의 실수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달한다. 4호기(0.365PF)보다 70배 이상 향상된 성능으로 지난달 기준 세계 랭킹 14위에 올랐다. 지난 1년간 140개 기관 2000여명의 연구자가 누리온을 이용해 150만건의 계산을 수행했다.
가장 큰 변화는 4호기에서 2, 3년 이상 걸리거나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대형 문제들을 풀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분야는 소재 분석·개발 분야다. 일례로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진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나노촉매의 성능을 예측함으로써 값비싼 백금 촉매를 대체할 새로운 루테늄 나노촉매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누리온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과 리튬전지 성능 개선에도 활용됐다.
누리온 덕분에 국내 연구진은 우주 생성 직후의 원시 은하를 세계 최대 규모로 시뮬레이션해 연구하는 데도 성공했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인 '호라이즌 런5(HR5)'을 수행해 138억년 전 우주 대폭발 직후부터 110억년까지 원시 우주의 은하와 은하단, 대규모의 구조물의 형성을 설명했다. 기존의 동일 해상도 수치 실험에 비해 7배가량 큰 규모까지 포함한 결과다.
다양한 질병 연구에도 활발히 활용됐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김영태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138개의 폐 선암 사례 전장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비흡연자한테서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체 돌연변이는 10대 이전 유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데도 유용하게 쓰였다. 그 밖에 인공지능(AI) 개발과 해저로봇·항공기의 동역학 연구, 태풍 등 자연재해 예측 등에 다양하게 활용됐다는 게 KISTI의 설명이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슈퍼컴퓨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규모 병렬처리 기술을 개발, 보급해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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