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하루하루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다. 그나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블록버스터를 찾아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일견 이해도 되고 타당하다. ‘화끈한’ 것 넘치는 볼거리와 스릴, 흥미를 찾아야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니까.
하지만 가끔은 잔잔한 감동 드라마로 눈물을 흘리고, 코미디로 자연스런 웃음을 터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동심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편식은 금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영화도 마찬가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더 가슴을 울리고 먹먹하게 만든다.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암탉 잎싹(문소리)은 마당으로 나가고 싶다. 늘 갇혀서 알만 낳는 일상이 무료해서다. 모이도 먹지 않고 병든 척 가장해서 주인에게 버려진다.
양계장 밖으로 나오게 된 잎싹은 마당으로 돌아가지만 따돌림을 당하고 숲으로 향한다. 숲에서 자신을 족제비로부터 구해준 파수꾼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를 다시 만나고, 수다쟁이 수달 달수(박철민)와도 우정을 나눈다.
그러다 나그네 부부가 족제비로부터 잇따라 잡혀가고, 남겨진 청둥오리 알을 품고 부화시킨다. 잎싹은 초록(유승호)을 아들처럼 애지중지 키워나간다.
왜 잎싹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 과정에서 교훈과 감동, 슬픔을 담았다. 잎싹과 초록의 관계를 통해 부모 자식 간 갈등은 물론, 어미의 희생정신과 사랑을 전하려 한 내용이 가슴을 두드린다.
인간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애니메이션이다.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키지도, 요즘 흔한 3D 영상도 가미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반영됐고, 스토리 전개는 탄탄해 지루하지 않다.
각 캐릭터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살아났다. 수다쟁이 달수는 빼놓을 수 없는 웃음 제조기다. 관객들을 쉴 틈 없이 폭소케 만드는 그의 애드리브는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또 분량은 적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최민식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초록의 흥미진진한 비행 경주 장면과 청둥오리 떼들이 날아오르는 장면 등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100만부를 돌파한 황선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일정 부분을 각색하고 첨가하기도 했으나, 결말은 원작이 추구하는 주제를 해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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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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