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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운좋게 한 경기 대회에 나가게 됐으나 경마 투기꾼들의 꼬임에 잘못걸려 도망자 신세가 됐고, 그들을 피해 딸(김수정)과 함께 제주도로 간다.
승호는 기마 경찰대로서 새 삶을 살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경주마 우박이를 만나게 되고, 아내와 딸과 약속한 꿈 ‘위너스 컵 우승’을 위해 우박이를 길들여 경주에 도전한다.
대부분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 속 동물들의 연기는 탁월하다. 묻고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화 ‘챔프’ 속 다리를 다친 경주마 루나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교통사고로 새끼를 잃은 뒤 울부짖고, 몸이 아팠을 때는 다리를 떨고 신음 소리까지 낸다. 눈을 치켜뜨고 하기 싫은 일을 거부하며 날뛸 때는 위험스럽게 느껴진다. 이환경 감독은 원하는 장면을 위해 기다려야 했다고 했는데 감독이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에 얼마나 많은 기다림이 있었는지가 상영시간 내내 전해져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차태현, 김수정, 박하선, 유오성 등 출연 배우들이 한명 한명씩 얼개를 구성, 스토리를 잘 이끌어 나간다. 조교사로 나오는 유오성 등 극 초반 인물들의 관계에 궁금함이 일고, 산만해 보이는 구성도 있어 몰입을 방해하는 듯하지만 극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영화의 중점은 승호와 우박이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들이 놓인 역경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동물을 등장시켜 감동을 주려한 기존 영화들과 비슷하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이 예상되는 뻔한 감동 스토리는 아니다. 관객들이 지루하다 싶을 때쯤 경주 신 등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감동을 주는 몇몇 장면도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울어야만 하는 순간이야”가 아닌, “울어도 좋을 때야”라고 말하는 듯한 영상과 스토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다만 웃음을 담당하려 한 악덕 경마 투기꾼들과 기마 경찰대 인물들이 억지스런 면이 없이 않다. 억지스런 코믹이 없었어도 차태현과 김수정의 자연스러움이 웃음과 울음을 둘 다 담당하기에 괜찮았을 것 같다.
장난기 많은 차태현의 얼굴에서 코믹함 보다는 진지함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매력이다. 전작 ‘헬로우 고스트’에서 보여준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이 틀림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승호가 승리를 했을 때나 울고 있는 딸을 웃음 짓게 만들기 위해 추는 ‘막춤’이 그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재미를 더하는 건 덤이다. 상영시간 133분. 12세 관람가. 9월7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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