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전남 장흥 득량만 언저리에 위치한 과거 ‘덕도’라고 부르던 마을을 찾았다. 1965년 방조제를 쌓아 육지가 된 이곳을 사람들은 동면이라 부른다. 40대 젊은 층이 많고 50, 60대도 한창 일을 하는 동면마을은 김 양식과 낙지잡이가 주업이다.
동면에는 대형어선이 없다. 부부끼리 소형어선을 타고 근해로 나가 조업하기 때문이다. 동면마을의 김 양식은 제초제인 산을 쓰지 않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고생이긴 하나, 바다에서 올린 소득은 온전히 두 사람의 몫이 된다.
동면마을에는 사랑에 눈이 멀어 ‘어촌댁’이 된 박승임(47세)씨가 살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 다니던 멋쟁이 아가씨 박 씨는 득량만 총각 김백운 씨와 장거리 연애 끝에 동면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낯선 바다 일을 시작해 배 멀미와 추위에 고생하고 심지어 바다에 빠진 적도 있지만 20여 년 세월이 지나 베테랑 어부가 됐다.
소형어선 뱃머리에 엎드려 길이 100미터의 김발을 손으로 척척 뒤집는 박 씨를 두고 남편은 “시커먼 촌놈을 따라와 고생해 고마울 뿐”이라며 “누가 촌구석에서 이렇게 살려고 하겠냐”라는 말로 무뚝뚝하게 미안함을 전했다. 슬며시 미소 짓던 박 씨는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이다”라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배 위에 외롭게 걸터앉아 생각이 많아진 김 씨는 시동생 6명을 출가시키고 5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준 아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그는 “아내가 있을 때는 물도 떠주고 숟가락 위에 반찬도 얹어주곤 했는데 허전하다”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23세 총각 18세 처녀로 만나 살림부터 합친 김재흥(58세), 이금미(53세) 부부는 동면 토박이로 오빠 동생 하던 사이였다.
이들에게 연애는 달콤했지만 결혼은 현실이었다. 아내는 차분한 반면 남편은 매사가 급해 서로 마음 상할 일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바다 일을 좋아하는 아내와 육지 일을 선호하는 남편의 취향이 달라 생업을 갖고도 자주 부딪히며 살아왔다.
미우나 고우나 밝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고 있었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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