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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이 자신의 목소리로 첫 신곡을 녹음해 발표한 것은 2010년 12월, 정확히 1년 3개월 전이다. 지난해 5월 다섯 개의 자작곡으로 채운 정식 데뷔 앨범이 나왔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무한 잠재력을 가진 뮤지션의 등장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지만 흥행성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발표한 ‘겨울밤’과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각각 김형석, 강현민이 쓴 곡이다. 노랫말은 장재인이 붙였지만 곡은 다른 작곡가에게 받았다. 다소 건방지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자신의 정체성을 ‘싱어송라이터’로 규정해 왔던 장재인에게는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는 선택이다.
“솔직히 제가 쓴 곡으로 낸 앨범이 잘 안됐죠. 그나마 밝은 노래로 채웠는데도 말이죠. 이게 타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쩌면 진짜 창작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평소 떠오르는 감정들로 주제를 잡고 가사를 먼저 쓰거나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에 작업하는 방식으로 곡을 써왔던 장재인에게 곡의 이미지만으로 가사를 적는 과정은 적잖은 창작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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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래의 가사는 순수한 희열에서 탄생한 영감의 결과물이 아닌 말 그대로 노력으로 탄생한 창작물이었다. 자신이 만든 멜로디는 아니지만 감정의 몰입도 만큼은 자신의 곡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장재인은 성장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뮤직비디오에서 장재인은 처음으로 탤런트 이원근과 키스신을 연기했다. 장재인에게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처음으로 입을 맞춘 ‘사건’이다.
“너무너무 어색했죠. 감독님이 그나마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들어 주신다고 일부러 촬영내내 시도 때도 없이 키스를 시키셨어요. 쓰지도 않을 장면들에서 키스신들을 계속 지시하셨어요. 나중에 편집된 걸 보니 딱 한 장면 나오더군요.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이렇게 해야 진짜 자연스럽고 진짜처럼 나올 수 있는 거란 걸 깨달았죠. 이게 프로들의 방식인가, 연예인의 삶인가. 하하”
농담처럼 표현한 ‘연예인의 삶’은 이미 지난해 여름 경험했다고 한다. 한 잡지에서 장재인에게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혔던 것. 태어나서 처음 낯선 사람들 앞에서 본인에게도 낯선 얼굴을 하고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은 채 화보를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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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일은 역시 전국을 돌며 뛰어야 하는 행사 무대다. 신인들의 경우 노래를 부를 최소한의 음향조차 갖춰지지 않은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그 어떤 누구도 가수를 꿈꾸면서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무대 말이다.
“처음에는 행사가 정말 싫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고쳐먹게 되더라고요. ‘나 때문에 우리 회사식구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내가 벌어야지.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요. 그러고 나니,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즐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행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관객들이 좋아하고 앙코르로는 어떤 걸 해야하는 지 배우게 되더군요. 무대에서 멘트도 늘고, 돌발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좋아졌어요. 노래 연습도 많이 하게 됐고요. 8개월 동안 쉼 없이 행사를 돌고 방송국에 돌아왔는데 정말 무대를 보는 순간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솟구치더라고요.”
경제관념도 부쩍 성장했다. 10만원 이나 준다는 말에 신이 나서 학교 홍보 모델을 하고 그 돈을 쪼개 가스비 전기세를 내던 시절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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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 방금 온 것 같았던 투박한 소녀가 일순간 사람들의 뇌리 속에 패셔니스타로 각인되는 시간의 아찔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 또 한번 훌쩍 성장할 지 모른다. 장재인은 우리에게 그녀를 조금 더 주의깊게 지켜볼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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