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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 일본 대지진 1년을 돌아보며 아픔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후쿠시마 원전 100km 이내에서 밀착 취재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국인 쓰나미 생존자 김일광 씨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 씨(36)는 지금도 아내와 함께 달렸던 마지막 10m를 잊지 못한다. 1998년 일본으로 건너와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가모(蒲生)마을에서 대형 트레일러를 운전하며 생활하던 그는 쓰나미에 아내 마유카 구지(35)씨를 잃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뛴 10m가 김 씨에겐 아내와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김씨는 “한 살배기 쌍둥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겠지만 큰딸 미래에게는 엄마를 잃은 슬픔이 평생 상처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며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 이어 그는 “현지 복구가 빠르면 2년, 늦으면 5년이 걸릴 텐데 한국에 돌아가 일을 구해야 할지, 여기서 직장을 다시 구해야 할지 암담하다”며 허탈해했다.
해외구조대로는 처음으로 센다이시 해안피해지역을 찾아 구조 활동을 편 한국긴급구조대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우연히도 김일광 씨 부인의 시신이었다.
김 씨는 여전히 아내를 향한 미안함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그에게는 깊은 절망에만 빠져 있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9살 딸 미래와 3살의 쌍둥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들을 보며 김 씨는 다시금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고, 일본에 그대로 남아 쓰나미가 앗아가 버린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끈덕지게 살고 있었다.
제작진은 또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소에서 지내며 출산을 3주 앞두고 있는 만삭의 임산부 홍경임 씨를 만났다. 그녀에게는 뱃속 아이 뿐 아니라 리사, 리나, 유지로 세 남매가 있었다.
피난소의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이불을 펴놓고 생활하는 홍경임 가족을 발견한 제작진과 외교부 신속 대응팀은 그녀를 설득시켜 센다이 총영사관으로 이동시켰다. 영사관으로 이동한 후에도 배의 통증을 호소한 그녀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조기분만을 권유받았다. 그녀는 결국 아기를 위해서, 그리고 남은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자신을 위해서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껏 단 한 번도 엄마 품을 떠나본 적 없는 아이들을 일주일간 보육시설에 맡겨야 했다.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떠나보냈지만 그녀는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
마지막으로 ‘SBS스페셜’ 취재팀은 원전 근처 목수 간노우 세이치 씨와 동행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죽음의 도시, 그리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원전 방사능
방사능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었다. 강제 이주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남겨진 가축들의 처참한 모습, 설령 살아있다 하더라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천 마리 동물들의 잔인한 운명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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