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에 위치한 축산항. 다닥다닥 붙은 횟집과 상점들은 2층을 넘지 않고, 일부에서는 아직도 간판 없이 유리문에 직접 상호를 쓴다. 항구 한편에는 수작업으로 목선을 만드는 조선소도 있다. 이름난 관광항구와 비교하자면 낡고 투박하며 초라하지만, 이곳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누구의 삶보다 역동적이다.
매일 새벽 3시, 축산항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매순간 파도와 싸우며 최선을 다해 물질을 하지만 바다는 순순히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또 그 다음 내일을 기약하며 그물을 짜고 출항을 준비한다.
새벽 5시 30분 경매 시간이 임박한 항구는 부랴부랴 입항하는 배들로 분주해진다. 그 시각 부둣가는 한치, 문어, 광어, 가자미 등 생선들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한다. 하루 딱 한 번 새벽 6시에 찾아오는 비린내 물씬한 경매 현장은 축산항이 가장 싱싱해지는 시간이다. 갓 잡은 수산물이 일제히 좌판에 깔리고 위판장은 중도매인들의 눈치 경쟁과 선주의 기대 섞인 시선으로 뜨겁게 달궈진다.
선원 월급을 주고나면 기름 값도 안 나올 판. 벌써 한 달 째 이런 상황이니 속이 탈만도 하다. 그래도 바다와 동고동락하며 많은 것을 배운 김 씨에게 바다는 언제나 고마운 존재다. 비록 오늘은 빈 손일지라
매일 달라지는 파도가 그렇듯 인생이라는 바다도 마찬가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먹구름 속이더라도 바다에는 언제나 희망이 숨어있다. 저마다의 그물을 짜며 삶을 물질해 온 바다 사람들은 밝아올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오늘도 ‘만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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