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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창작의 토양은 해외에서
두 사람 모두 데뷔 전 해외에서 생활하며 창작자로서 토양을 마련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소위 유학파라고 부르기는 그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다. 싸이는 20대 초반 미국 보스턴 대학교 국제경영학과에 입학 후 부모님 몰래 학교를 버클리 음대로 옮겨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입학만 했을 뿐 졸업은 결국 하지 못한 상황.
김기덕 감독은 1990년 프랑스로 떠나 3년간 현지에서 머물렀다. 김기덕의 프랑스 생활은 특별히 학업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김기덕은 길거리 화가로 생활하며 이곳에서 영화 감독에 대한 미래를 그리기 시작한다.
"엽기적인 작품" 불편한(?) 진실을 본다
두 사람 모두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기며 데뷔했다. 싸이는 2000년 자신이 만든 노래 '새'로 데뷔하며 어처구니없는 춤과 재미있는 노랫말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꽃미남 아이돌 가수들이 가요계에 쏟아지기 시작하던 시절, 싸이가 보여준 비주얼과 노랫말의 충격은 상당했다. 타이틀 곡 '새'의 경우는 비교적 얌전한 편. 싸이 앨범에 수록됐던 노래들은 남녀간의 애정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소위 19금 노래가 많았다.
싸이는 코믹한 의미의 '엽기'였다면 김기덕 감독은 폭력적이고 불편한 방식의 엽기적인 작품들을 주로 연출해왔다. 데뷔작 '악어'를 시작으로 '섬' '수취인불명' 등 그의 영화는 인간 본성 밑바닥의 폭력성을 영화에 담아내왔다.
한 우물만 판다
싸이는 '새'부터 '강남스타일'까지 가수생활 13년 간 소위 '잘 노는 법, 인생을 즐기는 법'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고수해왔다. '연예인' '신고식' '라잇나우' 등 주요곡들이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것. 싸이의 대표곡 중 하나인 '챔피언'의 노랫말 중 "인생을 즐기는 네가 챔피언"이라는 내용은 모든 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는 구호가 될 정도다.
'수취인불명' '나쁜남자' '섬' '해안선' 등의 초창기 영화와 '봄여름가을겨울' 이후 '활' '숨' 등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감상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찍는 방식이나 김기덕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0년 '섬'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 반열에 올랐지만, 기본적으로 저예산으로 단기간에 영화를 찍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고 소위 '반추상 영화'라는 미학적 틀도 여전하다.
우리는 한국인
두 사람 모두 최근 해외 대표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싸이는 MTV 어워드 프리쇼 행사에 올랐고, 김기덕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태도 역시 비슷해 눈길을 끈다. 두 사람 모두 세계인들 앞에 우리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
싸이는 우리말로 "기분 너무 좋다. 너무 행복하고, 이 무대에서 여기서 한 번쯤은 한국말로 해보고 싶었다. 죽이지?"라고 말했고, 김기덕 감독은 수상 소감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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