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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에서 나미(유호정)의 학창시절 친구들을 찾아주는 흥신소 사장 역할과 영화 ‘점쟁이들’에서 특종 기자 찬영(강예원)을 제거하라고 명받은 귀신에 홀린 킬러 역할을 정말 맛있게 연기해 관객의 웃음을 터트렸다. 최근 개봉해 관객 400만명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 ‘늑대소년’에서도 경찰로 등장, 임팩트 있는 인상을 남겼다.
이준혁은 ‘송중기의 재발견’을 이끌어 낸 배우이기도 하다. 촬영 분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이준혁은 거의 매일 촬영장에 와 송중기의 연기를 지도했다. 늑대의 습성과 태도, 호흡, 자세를 가르쳤다. “(송)중기가 평상시에 쓰지 않는 근육을 많이 써야 해서 힘들었을 거예요. 짧은 기간 동안 훈련을 밀도 있게 해야 하니 쉽지 않았죠. 아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텐데 연기를 향한 의지가 큰 친구더라고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스타잖아요? 웬만하면 안할 법도 한데 진짜 열심히 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죠.”
이준혁은 ‘늑대소년’의 흥행이 송중기 본인이 연기를 향한 열정도 있고, 표정도 다양하게 짓는 등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칭찬하지만, 분명 그의 도움도 컸다. 송중기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이준혁으로부터 늑대의 움직임과 표정, 행동을 마임을 통해 연습하고 배웠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게 뭐가 힘들겠냐고? 극중 열 마디도 채 하지 않는 송중기는 얼굴과 눈빛, 그리고 몸동작으로 자신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표현해야 했다.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준혁과 많은 부분을 협의해 나갔다.
이준혁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시간이 흐르니 극복을 하게 되더라. NG도 많이 났는데 중기가 열정이 많다보니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야 할 것도 자기가 직접 뛰어서 OK 컷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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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연으로 나온 영화 ‘애니멀 타운’에서 소아 성애자로 무겁고 진지한 연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자신은 웃지 않으면서 웃긴 상황을 유발하는 코믹함을 전하는 게 특기다. 감독들이 요구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디테일함을 살펴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솔직히 관객들이 빵 터지는 장면은 제가 봐도 웃겨요. 관객의 입장에서 ‘저거 웃긴데?’하죠. 너무 웃어서 ‘다음에 안 터지면 어떡하지?’라고 걱정도 하고 부담도 있지만, 그런 부담이 느껴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제대로 긴장하고 연기할 수 있거든요.”(웃음)
어렸을 때 영화란 영화는 모두 극장에서 볼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그는 연기자보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영화 연출을 하고 싶어서 영화사 일을 잠시 한 적이 있는데 회사가 망했다. 회사는 문을 닫았지만 함께 일하던 PD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니? 그럼 연출부 생활을 하는 것보다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한 연극을 해보라”는 말에 연극무대에 노크했고, 극단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20여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견뎠다.
“연기를 향한 욕망이 배우라는 끈을 끊지 못하게 했다”는 이준혁. 자신이 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연기를 향한 욕망 밖에는 설명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직업은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지만, 이 일은 일 자체가 대가고 가치가 된다”며 “배우들은 선택받는 존재인데 그렇지 못해 일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예전에 연극 무대에 설 때는 1000원 받고 한 달간 공연을 한 적도 있다”고 되뇌었다.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다. 연애 금지인 극단에서 몰래 연애하며 부인을 얻었고, 자식도 둘이나 된다. 연극배우인 부인과 함께 국내 한 영화제 트레일러에도 함께 출연하는 행운도 누렸다. 가장으로서 역할이 크지만 지금 같으면 탄탄대로일 듯 싶다. 올해만 벌써 영화 16편을 찍었다는 그는 아직도 촬영할 작품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만큼 감독들이 그의 연기를 인정하고 찾는다는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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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재구매율(?)이 높다고 자신을 PR한 그는 많은 감독들이 더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자신이 소비될 게 많다고 자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여러 가지 매력을 지닌 덕이다. 아쉬운 건 올해 초 한 영화잡지에 주목받을 만한 배우 6인 중 한 명으로 꼽혔는데 자신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섞어 푸념했다. 또 “윤제문, 정만식 등 극단 활동을 하며 친해졌다가 인기가 높아진 배우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고 농을 치긴 했지만, 연기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음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연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아내와도 진심이 통하는 부분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