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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스트 레이디-그녀에게’(이하 퍼스트 레이디)의 제작사인 ㈜드라마뱅크는 기본조차 안 돼 있었다. 배우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난 28일 진행된 ‘퍼스트 레이디’ 제작발표회에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감우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감우성이 영화 홍보를 딱 두 번만 하기로 해 제작발표회에는 불참했다”고 설명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인 29일 감우성 측은 “제작발표회에 대해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고, 두 번 홍보와 관련해서도 홍보계약서에 언급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감우성은 영화 홍보와 관련해서 현재 대선 시기이기 때문에 공인으로서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 촬영이 종료된 후 정상적인 홍보 활동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제작사 측은 감우성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감우성과는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감우성의 제작발표회 불참 입장을 임의대로 전해 문제가 커졌다.
앞서 이 영화의 제작사인 드라마뱅크 측은 지난 7월 남자주인공으로 감우성을 캐스팅, ‘퍼스트 레이디’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감우성이 시나리오를 읽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존의 대통령 박정희가 아닌 다른 모습의 인간 박정희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며 출연을 승낙 했다는 이유까지 덧붙였다.
제작사는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루는 소재인 만큼 배우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우성을 추어올리는 멘트까지 넣어가며 위해주는 척을 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제작발표회의 참석여부 조차 묻지 않는 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정치 시즌을 맞아 부랴부랴 관심을 끌기 위해 홍보와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준비도 안 돼 있으면서 제작발표회를 무리하게 강행, 참석자들을 끌어모으기에 급급한 것도 지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제작사 측은 언론에 기사를 흘렸고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전폭적으로 돕는 새누리당의 안상수 중앙선대위 공동의장까지 참석했다. 제작사는 “안 공동의장이나 새누리당 관계자들을 전혀 초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 알아서 행사에 참석했다는 자랑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영화관계자를 비롯해 안 공동의장 등 새누리당 지지 인사는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날 제작사 측은 공식 행사의 하나로 육영수 여사의 자료 화면을 보여주려 했다. 촬영 분량이 없어 관련 자료 화면을 내보내려 했지만 준비한 영상은 이상이 생겨 상영조차 못했다.
감우성 측은 “제작사 측의 계약불이행 및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향후라도 온전한 영화촬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현재는 상호 합의 하에 계약파기를 완료한 상태”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불쾌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작사 측이 출연확정을 언급한 배우 중 한 명도 “이런 영화가 잘 될지 모르겠다”며 “제작사와 감독이 받쳐줘야 하는데 영 미덥지 않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돈이 될 것 같으니 과정은 생략한 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