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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아이언맨3’과 같은 시기 개봉해 경쟁하려는 것 자체가 달걀로 바위 치기였다며 그의 도전을 비웃고 있는 이도 많을 거다. 하지만 방송인이자 영화인인 이경규(53)의 영화를 향한 열정을 단순하게 치부해 버리는 것은 뭔가 아쉽다.
“‘아이언맨3’을 피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개봉한다고 해도 노 날 것 같지도 않았고요. 제가 오히려 5월1일 개봉하자고 했죠. 이게 운명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사회 때 개그맨 후배들만 40~50명이 왔어요. 저를 보고 꿈을 갖고 생각해보라는 차원으로 초대했죠. 영화가 잘 돼야 하냐고요? 그건 상관없어요. 도전하는 걸 보여주는 거죠.”(웃음)
이경규는 대한민국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국노래자랑’으로 또 한 번 도전에 성공했다. 벌써 1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복수혈전’의 참담한 실패를 극복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됐을 테니까. 물론 흥행에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이경규는 “복수혈전의 과거 실패가 잊힐 수 없다. 10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숨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복면달호’에 이어 이번에도 제작자로 나선 이경규.
조금이라도 빨리 연출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이번 영화도 시나리오 개발과 에필로그에 담긴 아이디어 정도만 냈을 뿐 전권은 이종필 감독에게 줬다.
“배를 띄운 뒤에는 선장이 혼자 몰고 가야지, 뒤에서 컨트롤 하면 안 돼요. 스태프나 배우들도 감독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죠. 그냥 현장에만 몇 번 몰래 왔다 갔다 했어요. 그뿐이었죠.”
물론 여러 차례 밝혔듯 영화감독을 향한 꿈은 접지는 않았다. 그는 5~6년이 지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어 지면 연출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되면 힘은 빠지겠다”고 웃으면서도 눈빛은 반짝였다. “연출 공부도 좀 해야 하는데”라고 말을 줄인 그는 “이종필 감독과 한 번 더 작업하고 그때 곁눈질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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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서 30년 이상을 활동한 베테랑 이경규. 그의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그래도 도전의 끈은 놓지 않았다.
“(딸) 예림이가 어릴 때 ‘아빠, 복수혈전이 뭐야?’라고 물어봤어요. ‘아빠가 결혼 전에 만든 액션 영화야’라고 간단히 설명해줬죠. 며칠 전에 극장에서 ‘전국노래자랑’을 봤다고 하는데 재밌대요. ‘한 번 더 보라’고 했죠.(웃음) 친구들과 같이 가서 또 한 번 봤을 걸요? 하하.”
아빠의 도전 정신을 배운 걸까. 딸 예림양은 올해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됐다. 이경규는 지난 세월 연예인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 이 세계가 힘들다는 것을 알 텐데도 “딸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하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접겠죠. 자기 인생이니 뭐라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연예인이니 봐주겠지’라는 생각은 못하게 해요. 판단은 대중이 하는 것이니까요. 이경규 딸이라 기회를 더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대중이 싫어하면 끝이에요. 전 한마디만 했죠. 오디션 많이 보라고, 단 ‘내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해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을 통해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도 매너리즘에 빠졌을까 궁금했다. 이경규는 인정했다. 그는 “방송을 하기 싫어 일본에 유학 가 1년을 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TV에서 알고 지내던 얼굴이 나오니 몸이 근질거렸다.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영화와 방송을 왔다갔다하니 재미있어요. 방송은 내가 해왔던 일종의 놀이터니 조금은 더 편하고 즐길 수 있어요. 아직 영화는 너무 어려운 것 같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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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배우가 동네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겠어요?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나가겠죠. 김인권은 우리 영화에 딱 맞는 배우였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노래가 부르고 싶었습니다’라는 멘트는 다른 무대에서는 할 수 없는 거예요. 이종필 감독도 잘했고요. 3년 동안 같이 고생했고, 이 감독 아니면 이 영화 제작 안 한다고 했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영화를 잘 끌고 왔어요. 고마울 뿐이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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