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만난 송승헌은 드라마 종영 소감을 전하며 “3개월 동안 치열하게 사랑하는 작품이었다. 어떤 캐릭터 보다 힘들었고 그만큼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끝나서 너무 시원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은 내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사실 전에 작품들은 내 연기를 떠나 이유 없는 악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시청자들이 한태상이라는 감정을 따라와 주더라.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물론 캐릭터의 힘이다.”
지나치게 완벽한 외모 탓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류스타라는 꼬리표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늘 멋있는, 완벽하고 따뜻한 남자를 연기했다.
기실 이번 작품 역시 연장선에 있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송승헌이라는 배우의 틀에서는 분명 벗어났다는 평가다. 한태상은 밑바닥 인생을 사는 불행한 남자였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배신을 당하는 남자였다. 완벽한 남자는 분명 아니었다.
“여자에게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껴서 치를 떨고 분노를 느끼는 연기 자체가 처음이다. 여자에게 소리를 치는 연기도 처음이다. 작가님도 한태상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한태상을 통해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칭찬해 주는 분들이 생겨났다. 자신이 생겼다.”
사실 송승헌은 이번 드라마 직전 지금까지 송승헌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바꿀 작품을 고심 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송승헌은 결국 그 작품을 선택 못했다. 자신이 없었던 까닭이다.
“많은 분들이 내 다른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구나 라는 걸 확인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 스스로는 연기자로서 시도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이제야 나를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연쇄살인마나 싸이코패스 같이 뼛속까지 악한 캐릭터도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비로소 들었다.”
변한 건 비단 작품 속 캐릭터뿐 아니다. 송승헌은 이번 작품 시작과 함께 SNS를 시작했다. 공식적인 팬미팅을 제외하고는 만날 기회가 희박했던 그의 지금까지 모습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팬들이 정말 좋아해 주더라.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이 신기하다. 사실 약간 올드한 성격이라 새로운 걸 잘 못한다. SNS도 매니저들에게 배워가며 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작품 선택의 대한 폭이나 한계를 넘게 했다. 앞서 말한 연쇄살인마나 싸이코패스 연기 말고도 ‘남자셋 여자셋’을 한번쯤 다시 모여 하고 싶고, 예순이 돼서 진한 로맨스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