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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25일 봉 감독이 직접 그린 열차 도면과 1년에 한 번 전 세계를 순환하는 영화 속 ‘설국열차’ 운행도를 공개했다.
송강호와 고아성,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에드 해리스, 제이미 벨 등을 캐스팅하기 전 봉 감독은 열차 도면과 운행도에 신경을 썼다. 새로운 빙하기, 노아의 방주처럼 살아남은 인류 전원을 태우고 설원을 질주하는 기차는 영화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첫 번째 주인공으로 꼽힌다.
기차라는 공간에 대한 끌림으로 영화화를 결심한 것은 물론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인 기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부자와 공권력이 살고 있는 앞쪽 칸을 향해 돌진한다는 강력한 스토리 또한 기차에서 기인했던 만큼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와 함께 기차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진행시켰다.
기차의 구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은 시나리오 완성 직후인 2011년 11월 봉 감독이 직접 그린 도면으로 그 실체를 처음 드러냈다. 맨 뒤쪽 꼬리칸부터 영구동력이 있는 맨 앞쪽 기차의 심장, 엔진칸까지 총 60칸, 다 이어 붙이면 1.5km에 달하는 세상에 없는 열차로 칸 별 크기는 물론 이름까지 자세히 표기돼 있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미술팀을 포함한 전체 제작진에게 일종의 가이드 기능을 톡톡히 할 수 있게 돼 있다.
단순히 꼬리칸이라고 되어 있는 뒤쪽 칸에 비해 앞쪽칸으로 갈수록 꼬리칸 사람들의 식량을 생산하는 단백질 블록 생산 칸, 물공급칸, 온실칸, 정육점칸, 수족관칸, 수영장칸, 사우나칸, 라운지칸, 미용실, 클럽칸, 아편굴칸, 엔진칸 등 다양한 칸들이 명시돼 있는 이 도면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열차의 자급자족 시스템을 보여준다.
또 뒤쪽 칸과 앞쪽 칸의 확연히 다른 모습은 열차 안의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내며 반란이 왜 시작되었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한편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의 여정을 따라 전개되는 영화에서 칸 마다 펼쳐질 새로운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차가 곡선 궤도를 달리면서 벌어지는 교실칸과 수영장칸 사이의 총격전 장면에서 총탄이 오고 가는 거리까지 정확하게 계산돼 있는 이 도면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든 ‘설국열차’가 봉 감독의 손끝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날 함께 공개된 ‘설국열차 운행도는 지구의 끝과 끝, 43만8000km에 달하는 거리를 1년에 한 번 순회하는 ‘설국열차‘ 노선을 보여주는 지도로 마치 실존하는 열차의 세계일주 운행도를 보는 것처럼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 8월1일 개봉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