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대중문화부] 이 글은 메이비가 자신이 작사했고 부른 신곡 ‘잘 지내니’의 가사에 대해 본인이 직접 설명한 내용입니다. 어떻게 가사를 쓰게 됐고, 가사 속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가사 안에서의 사랑은 크게 이렇게 나누어진다. 사랑, 이별, 그리움, 그리고 재회. 이번 디지털 싱글로 발매하게 된 ‘잘 지내니’ 의 가사는 그 중 ‘재회’이다. 처음 이 노래의 멜로디를 들었을 때 멜로디가 내게 주는 느낌은 ‘재회’와 가장 닮아있었다. 알앤비(R&B)나 댄스곡과는 다르게 가사가 확실하고 발음 발음마다 깔끔하게 들려야 하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가 이번 ‘잘 지내니’라는 곡이다. 그래서 가사 자체도 어려운 표현보다는 어느 부분을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워낙 이런 곡들은 많이 작업해 왔던 터라 멜로디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넋업샨과 의견을 나누며 랩 가사로 넘기기도 했다. ‘그남자 이야기 그여자 이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서로의 입장이 처절하게 궁금한 것 또한 사랑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있다. 난 가사의 기승전결과 멜로디가 주는 대구 혹은 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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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계절이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널 잊어버리고 길거릴 걷는데 그대로 멈춰선 내 발걸음에 익숙한 향기가 또 날 부르네. 근데 넌 왜 변한 게 없지? 플랫슈즈에 엉뚱한 몸짓
‘그러다 넘어진다니까 천천히’ 왜 또 드는 걸까 이런 걱정이.
나 없이 또 네가 없이 지내왔던 날들이 아팠을까 넌 어땠을까 내 사랑은 너였을까”
이 노래 속의 두 남녀는 재회를 한다. 남녀 간의 재회 뿐 만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 중의 가장 허무하고도 슬픈 재회를 이야기 하고자 했다. 오래 전에 봤던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안에서 서로 너무나 다른 두 남녀는 치열하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싸운다. 그러다 예정된 것처럼 헤어지고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인 재회를 한다. 그렇게 끝나버린 그 영화의 마지막이 가끔 생각난다. 그 둘은 마지막 장면에서 행복에 겨운 눈물을 흘리고 아름다운 영화 음악에 맞춰 너 없이는 못 살겠다는 표정으로 찐한 포옹을 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극복 할 수 있었을까? 끝까지 행복 할 수 있었을까? 영화의 캡처장면이나 포스터에선 하늘하늘한 레이스 손수건을 챙겨 다니며 대사대신 햇살처럼 뽀얀 미소로 응할 것만 같은 영화 속 그녀의 캐릭터가 사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질투심 많고 화끈하기까지 해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에 더 가까운 여자인 것만큼이나 그 뒤는 알 수 없다.
“사랑했어 참 많이 고마웠어. 늘 그립고 그립던 내 사랑 너였어. 네 따뜻한 눈빛과 그 여전한 말투가 온 종일 내 마음을 흔들어.
언젠간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해왔던 내 기대치 그저 먼 훗날이라 상상하며 피식 웃으면서 지냈지. 근데 이젠 내 앞에 떡 하니 나타나 멈춰버린 게 또 너 라니
아, 머리가 또 복잡해져. 나도 날 이제는 모르겠어
가끔씩 네 생각 날 때 이 노래를 듣곤 해 사랑일까 또 추억일까. 내 마음을 나도 몰라“
초등학교 동창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한참 추억을 나누다 보면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그 모든 관계가 회복된 듯 보이지만 반가운 마음에 밤새 나누던 추억이 떨어지면 활짝 웃는 기념사진과 함께 SNS 한 귀퉁이에 즐거웠고 행복했다 외에 더는 없는, 아름답던 추억이 반짝했다 시들해지는 순간. 그게 바로 이 노래 가사 속 남녀가 느끼는 기분에 가장 근접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재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더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추억과 나쁜 추억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 두 번째 만남은 묘한 불편함이 있다.
‘잘 지내니? 잘 지내? 잘 지내라구..’하는 마지막 넋업샨의 내레이션은 그 앞에 많은 말들이 숨겨져 있다. ‘나 없이 잘 지내니?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 ’다시 만나잔 말은 용기가 없어 그러니까 하는 이 내레이션이 이 노래 가사의 가장 큰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뒷얘기를 하자면 쇼 미 더 머니를 갓 끝낸 전투력이 있는 대로 상승해 있던 넋업샨이 그리움 넘치는 이 내레이션을 가장 힘들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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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게는 한 낱 여름밤에 추억으로만 남을까. 내 진심을 말하면 알까. 이런 날 멈추고 널 잡을까
그때 내가 사랑했던 그때가 저 하늘에 펼쳐진 시간에 흘러가 내겐 누구보다 더 좋은 사람 너라서 웃으며 안녕하며 널 보내
익숙한 네 뒷모습 내 마지막 그리움”
오랜만에 남의 곡이 아닌 내 가사를 썼다. 나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어서 내 가사를 쓰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러나 가장 즐겁다. 가끔 내 주변 사람들은 내 가사 속에 내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한다. 맞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하지만 갓 20살이 되면서부터 가사를 써 왔던 나는 내 가사 안에서 점점 자라왔다.
불쑥 옮겨진 하품처럼
글=메이비
정리=MBN스타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