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tvN 뮤직드라마 ‘몬스타’ 속 엄친아 정선우는 너무나 완벽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때문일까, 정선우를 통해 만나왔던 강하늘에 대한 이미지는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을 듯만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그런 생각을 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실제로 만난 강하늘은 시원한 미소가 매력적인 예의바르고 겸손한 청년이었다. 강하늘을 만난 것은 어느 더운 여름날. 더운 날씨에 이동하느라 더위에 지칠 법도 하건만 인터뷰를 위해 회사 문을 연 강하늘의 표정에는 시원한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종영 후 휴식은 잘 즐겼는지 안부 차 근황에 대해 물었더니 생각보다 그의 일상은 정식으로 첼로를 배우랴, 무에타이와 킥복싱으로 운동하랴, 앞으로 하게 될 작품들에 대해서 고민하랴 무척 바빴다.
“종영 이후 여건이 안 돼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면서 나름 부지런하게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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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한 30~40%정도 비슷한 거 같아요. 겸손을 떨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과거 100kg까지 나갔던 적이 있는 터라 외모적으로 크게 자신도 없고, 선우처럼 부자도 아닐뿐더러 엄친아로 불려본 적도 없어요. 다만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완벽해지고자 노력하는 부분만큼은 닮은 것 같아요”
참 겸손한 답변이라고 말했더니 강하늘은 쑥스러운 듯 호탕한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저는 선우와는 달라요. 망한 적 없다는 그와 달리 많이 망했었죠. 사실 연극이랑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도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아왔었어요. 저는 늘 제 능력 바깥에 있는 것들을 받아왔고 그러다 보니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이 망해 보기도 했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했지만, 저에게 있어서 공연은 정말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공연장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몬스타’를 통해 얻은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가 내놓은 답변은 인기도 돈도 명예도 아닌 바로 친구였다.
“‘몬스타’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용준형이라는 친구를 얻었다는 것이에요. 같이 작품을 했던 많은 배우들과 친해졌지만 그 중 준형이는 특별했어요. 일단 저와 성향이 잘 맞았고, 또 그만이 가지고 예술적 감성이 좋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준형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따로 만나서 연기에 대해 나누기도 하면서 굉장히 많이 친해졌죠. 근데 이거 준형이도 같은 마음이어야 할텐데..설마 저 혼자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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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하지만 고생 없이 자란 듯한 고운 외모 때문일까. ‘몬스타’에서 ‘엄친아’ 회장 정선우를 연기했던 강하늘은 ‘상속자들’에서도 공교롭게 검찰 총장의 아들이자 잘생긴 외모와 똑똑한 두뇌를 갖춘 전교 회장 이효신 역을 맡게 됐다.
“효신이와 선우, 캐릭터 적으로 분명히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 어떻게 하면 선우와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그나마 효신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거죠. 선우가 냉철한 카리스마였다면, 효신은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가 한 쪽으로 굳어진다는 것은, 삶의 단면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이전 작에 이어 ‘상속자들’에서도 귀공자 캐릭터를 맡는 만큼, 강하늘의 이미지가 ‘엄친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부담은 되지 않느냐고 걱정했더니 제법 다부진 얼굴로 “사실 이미지라는 것은 연기자의 역량의 차이인 것 같아요.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것은 그 연기자가 그만큼의 역량으로 못해냈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생각하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분에 있어서 저는 조금 더 저를 믿어 볼래요. 사실 저는 저를 잘 믿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던 중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더니 강하늘은 어떤 특정한 캐릭터를 꼽기보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연기와 이에 따른 자세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할 때 연기자에게 가장 큰 공부가 되는 역할을 자기에게 없는 180도 다른 어떤 인물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제게 있는 어떤 부분들을 그 역할로서 증폭시켜서 만났었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해도 저와 닮은 부분이 없는 인물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 역할에게만 있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게 있는 어떤 부분을 만드는 과정을 한 번 느껴보고 싶어요. 당연히 힘들겠죠. 하지만 그래서 배우는 게 더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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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저는 연기란 정확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본을 읽을 때 남의 대사를 색칠하고 제 대사를 하얗게 남겨둬요. 왜냐면 남의 대사를 들어야지만 제 대사를 하는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거기에 맞는 호흡이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표정이나 연기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제 대사에 표시를 하면 오히려 저만 신경 쓰게 되는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대본 앞에 항상 쓰는 말이 있어요. 바로 ‘쇼잉 금지’. 이건 평소 존경하는 선배에게 배운 것인데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관객들은 ‘나 슬퍼’ ‘나 화났어’ 등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거에요. ‘반응’과 ‘쇼잉금지’ 이 두 개는 항상 연기를 할 때 생각해요. 물론 제가 늘 이대로 연기해 왔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하고 있어요.”
강하늘은 현재 군필자가 아닌 미필자다. 이는 곧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바로 군대로 가야하는 몸이라는 뜻이다. 한창 활발하게 연기를 펼치는 배우로서 군입대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군입대는 언제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주위에서 ‘너 군대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데 전 오히려 군대 가고 싶어요. 군대 가고 싶다던 사람 대부분이 삼일 만에 후회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전 후회할지언정 진짜 가고 싶어요. 다만 ‘이때 군대 갈 거니까 그 전까지 바짝 해야지’라는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작위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어딘가 하나 삐끗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인기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에요. 인기에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입대하고 싶어요.”
얼굴은 마냥 앳된 이십대 청년인데 나오는 말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다. 혹시 별명이 애늙은이 아니냐는 말에 한참을 크게 웃던 강하늘은 “나와 이야기한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그 소리 하더라”라고 시인했다. 마지막으로 ‘배우 강하늘’의 목표에 대해서 물었더니 역시나 나오는 대답은 그의 별명 애늙은이에 딱 맞았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서도 부족한 것에 있어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