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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해 영화계를 놀라게 한 엄태화 감독. 14일 개봉하는 신작 ‘잉투기’는 또 한 번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박찬욱 감독과 배우 류승룡·문소리가 이 영화를 보고 반했다고 고백했을까.
‘잉투기’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로 개최됐던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의 이름이다. ‘잉여라 불리는 키보드 파이터들의 세상을 향한 격투기 도전’이라는 경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묘사한 영화다. 신선한 발상부터 눈길을 끈다.
영화를 향한 호기심에 더해 주연배우로 나선 엄태구(30)를 향한 관심도 높다. 엄태구는 엄태화 감독의 친동생이다. 극중 현실 세계에서 급습을 당하는 ‘칡콩팥’ 태식을 연기했다. 태식은 목표 없이 살아가는 잉여 청춘이다. 그런데 태식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형 작품이라 바로 하게 된 거예요. 처음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찌질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매력 있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하고 싶었죠. 순간순간 살아있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잉여 인간 태식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러 나갔다가 사사건건 대립하던 ‘젖존슨’에게 급습을 당한다. 이 사실이 급속도로 온라인에 퍼지게 되고 태식은 복수를 결심하고 격투기를 배운다.
“저라면 칡콩팥처럼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엄청 화가 났겠지만 찾아서 죽인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제가 좀 많이 내성적인 편이기도 하고 속이 상하겠지만 성격상 복수를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근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할 지) 모르죠. ”
충무로에선 류승완-류승범 형제 뒤를 잇는 ‘물건’이 나왔다는 반응이다.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앞서 엄태구는 형이 연출한 단편영화 ‘숲’에도 출연했다. 그러니 이번이 두 번째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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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가 많이 됐다고 할까요? (웃음) 하지만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컸어요. 같이 짐을 지는 것 같았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비가 내리면 괜히 나도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또 굳이 배우가 지지 않아야 할 짐까지 진 것 같은 심정이랄까? 물론 다른 작품에 임할 때도 ‘잘 돼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항상하긴 하지만요. 하하하.”
엄태화-태구 형제의 행보는 류승완-승범 형제와 닮았다. 류승완 감독은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동생 류승범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류승범은 이 영화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한 받은 바 있다. 이 영화가 배우 엄태구에게도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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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정작 엄태구는 인터넷을 모른다.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게임 아이템을 파는 영화 속 캐릭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 인터넷과 게임을 하지 않아요. 휴대폰도 2G폰을 쓰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꺼낼 때 약간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당당하게 꺼내요. 주위 사람들도 ‘귀찮은 메신저 안 와서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빙그레 웃던 엄태구는 “‘십덕후’, ‘부모 등골부레커’, ‘디씨’ 이런 말들은 다 공부해야 했다”며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서 공부하면서 연기했다. 모르는 용어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재밌었다”고 좋아했다.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권율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조카라는 사실이 보도됐다. 엄태구는 알고 있었느냐는 말에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율이 형은 현장에서 전혀 티를 안 냈거든요. 형은 그런 것 상관없이 현장에서 재치있게 말을 거는 스타일이에요. 현장 분위기 메이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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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검정고시를 봤어요. 배우를 생각한 계기는 다니던 교회에서 선생님 권유로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잘생긴 친구가 함께 연기를 배워보자고 해 어쩌다 보니 연기를 시작했어요. 부모님도 적극 찬성하셨고 응원해주셨어요. 당시 제가 꿈이 없었거든요. 부모님이 제가 무언가를 한다는 거 자체가 기쁘셨나봐요.”
엄태구는 공군기술고등학교에 2년 정도 다니다 자퇴 후 검정고시를 봤다. 이후 배우의 꿈을 갖고 건국대학교 영화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그러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당연하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김혜자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
“저도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배우가 된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송지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