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아? 첫째는 군대이야기고, 둘째는 축구이야기며, 셋째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야”
이러한 우스갯소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의 인기로 더 이상 군대가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상황이다. 군대 매점인 PX에서만 판매됐던 ‘맛다시’는 이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으며,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군대 관련 상품만을 모아놓은 코너가 등장하기도 했다.
과거 예능프로그램들은 ‘주병진쇼’ ‘서세원쇼’ 등으로 대변되는 토크쇼와 ‘이휘재의 인생극장’ ‘테마게임’과 같은 콩트쇼가 주를 이뤘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과 같은 주제의 확대와 ‘동거동락’과 ‘엑스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 대격돌’과 같이 MC와 게스트의 경계가 없어지더니, 드디어 2006년 5월,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코너 중 하나였던 ‘무모한도전’이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의 단독프로그램이 되면서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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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스타 DB |
조사 전문 회사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예능프로그램들이 상위 5위권을 독점하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최근 3개월인 8월부터 10월까지 순위와 선호도를 살펴보면
▲ 8월-1위 무한도전(10.5%) 2위 ‘런닝맨’(5.6%) 3위‘아빠! 어디가?’(5.0%) 4위 ‘오로라 공주(4.7%) 5위 ‘굿 닥터’(4.2%)
▲ 9월-1위 ‘무한도전’(10.0%) 2위 ‘진짜 사나이’(7.2%) 3위 ‘굿 닥터’ (6.1%) 4위 ‘아빠! 어디가?’(5.7%) 5위 ‘주군의 태양’(5.2%)
▲ 10월-1위 ‘무한도전’(13.0%) 2위 ‘진짜 사나이’(5.2) 3위 ‘아빠! 어디가?(5.0%) ‘런닝맨’(4.8%), 5위 ‘지성이면 감천(4.1%)로 나타났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 KBS2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가 차지했던 2월 달만 제외하고 9번이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으며,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런닝맨’ 등 역시 2~5위권 다툼을 벌이며 안방극장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는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CJ E&M이 공동 개발한 콘텐츠 파워 지수 CPI(Contents Power Index)에서도 잘 드러난다.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인 뉴스구독순위와 관심어가 높은 프로그램인 직접 검색 순위, 몰입이 높은 버즈 순위를 합산해 만들어진 CPI의 10위권 내의 과반수가 예능프로그램이다. 가장 최근 분석기간인 11월 첫째 주 5위까지의 순위를 살펴보면 tvN ‘응답하라 1994’가 1위, 2위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 3위 ‘무한도전’ 4위 KBS2 수목드라마 ‘비밀’ 5위 ‘아빠 어디가’가 차지했다. 이외에도 6위에서부터 10위까지 ‘런닝맨’ ‘개그콘서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tvN ‘SNL코리아’ ‘슈퍼스타K5’가 순차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1위를 차지한 ‘응답하라 1994’의 경우 예능PD 출신의 신원호 PD와 역시 예능작가 출신의 이우정 작가가 만든 드라마로, 그 소속도 CJ E&M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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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
이와 맞물려 대본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예능프로그램들이 속속들이 등장했고, 대본 속 이미 만들어진 감정이 아닌 실제로 놀라고 당황하고, 울고, 웃고, 감동하는 등의 ‘리얼’이 등장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화려한 외양 속 숨겨진 진짜를 발견해 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예능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에 미치는 힘은 그 인기와 비례해 점점 커지며, 일상 속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1박2일’의 전성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국내 여행이 주목을 받았으며, 야외취침, 저녁메뉴 선정과 같은 ‘복불복 게임’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아빠 어디가’ 속 짜파구리 라면을 맛있게 먹는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로 인해 때 아닌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이 일며 해당 라면업체의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제조사인 농심 관계자는 “‘아빠 어디가’에서 짜파구리가 소개된 후 대형마트 3사에서 두 제품 모두 매출이 전주대비 30%가 늘었다. 방송직후 일주일간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며 “금액으로 보자면 방송 전 각각 5억3000만원
안방극장을 점령한 예능 프로그램의 힘이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2013년 현 시점에서는 그 어느 영향력 있는 정치인과 경제인 등과 맞먹어도 밀리지 않는 수준임은 확실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