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불과 13년 전,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했을 당시만 해도 온 사회가 들썩였다.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 기사가 실렸고, 차가운 대중의 시선은 그가 방송 활동을 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참 후 그는 “당시 생활고로 몇 년 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격세직감을 느낄 만큼, 이제는 누구나 흔히 ‘동성애 코드’를 접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이제 성적소수자들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우리들의 삶 일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금 개그와는 또 다른 ‘퀴어 개그’로 떠오르며, 세분화된 코드로서의 새로운 웃음도 선사하고 있다. 안방극장에서 만나는 홍석천 고유의 ‘게이 유머’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성적소수자의 편견이 웃음으로 승화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동성애 코드의 남발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스미디어에 동성애 코드가 심심찮게 나오면서, 이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움직임 또한 잦아진 것이다.
지난 10월 출범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기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동성애가 최근 무분별하게 확산된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동성애 조장 내용 반대 서명운동과 거리캠페인 등 연대사업을 벌이고 동성애 반대운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및 교육·문화사업 또한 수립 중이다.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동성애 반대 행사 열려 동성애자인권연대가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 11월 청년비전아카데미는 ‘개념 청년들, 동성애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거리 캠페인을 벌이며 동성애가 미화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청년비전아카데미 관계자는 “동성애가 많이 미화돼 있다. 동성애의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동성애자인권연대는 “공공연한 동성애 혐오 선동이다. 이런 시도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 중이다.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세상은 변하고 있다. 지난 4월 성인 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25%가 동성 결혼의 법적 허용을 찬성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증가율은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동성애의 사회적 수용도 상승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분위기다. 동성애 수용도가 증가하면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2013년 6월 기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15개로 유럽과 남미 지역이다(브라질, 프랑스, 뉴질랜드, 우루과이, 덴마크, 아르헨티나, 포루투갈, 아이슬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페인, 캐나다, 벨기에,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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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인권연대 곽이경 대표는 “매스미디어의 노출로,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편안해진 걸 느낀다.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국내 뿐 아니라 최근 해외 스타들의 커밍아웃이 잦아졌고, 매년 6월 국내에서 성소수자들이 퍼레이드를 하는데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나 홍석천 씨가 출연한 ‘힐링캠프’ 등을 보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삶을 현실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성적소수자로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좋은 부분이 많았다”며 “과거에는 동성애를 다룬 프로그램 방송 반대 운동이 일기도 했고 실제로 폐지된 적도 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표용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성애 코드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설정으로 노골적인 마케팅으로 변질될 우려는 남아 있다. 곽 대표는 “‘오로라 공주’에서 절을 올리고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