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2011년 5월 27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SG워너비 출신 故 채동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안내문이 하나 붙었다.
‘모든 매체 사진기자들에게 공지합니다’라는 제목이 이 안내문에는 “빈소 내 스케치는 전체 사진기자 풀(POOL)로 빈소가 차려진 첫째 날만 진행합니다. 모든 매체 사진기자는 빈소 풀 취재를 제외한 유가족, 조문객 취재를 하지 않습니다. 발인식은 매체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취재합니다. 차후의 빈소 취재에 있어서도 위의 공지대로 취재가 이뤄집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예인들의 사망이 잇따라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족과 조문객에 대해 무분별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각 매체들이 자정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후에 연예인 사망 빈소에는 ‘공동기자단’ 형식으로 매체별로 돌아가면서 사진 취재가 이뤄졌고, 유가족이나 조문객에 대해서는 가급적 취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씁쓸하고도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취재가 이뤄지지 않자, 동료 연예인들의 조문객도 줄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한동안 적잖은 연예인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일부 연예인들은 ‘조문 마케팅’을 했다. 친분이 없는 것은 물론, 가기 싫은데도 취재진 앞에 오열하거나 쓰러지는 ‘할리우드 액션’을 선보인 것이다.
과거 자살한 배우를 매니지먼트했던 한 매니저는 “같은 소속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장례식장에 왜 가야하냐’하던 한 동료 연예인은 억지로 장례식장에 갔는데, 취재진을 보고 오열하기 시작해 너무 어이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조문 마케팅’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망한 연예인들의 빈소에는 인지도에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동료 연예인들로 북적였다.
12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故 김지훈의 빈소에 동료 연예인들이 찾지 않자, 김창렬이 자신의 트위터에 “아 진짜 선배님들 후배님들. 여기 온다고 해되진 않아요. 진짜 동료애 없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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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발길이 없다고 답답해하는 김창렬의 트위터 글에서 과거 ‘조문 마케팅’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인기를 얻고, 그래야 먹고사는 직업이 연예인이라지만, 어느 때는 같은 업계에 있다가 생을 마감한 이에 대해 알려지지 않는 조문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