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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를 꼬집는 영화다.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은 종교 영화 색채가 짙다. 못 먹고 못 사는 북한 주민들, 그중에서도 지하 교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자유와 희망, 그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는 북한 지하교인의 참혹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아내 영미(오산하)가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함께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홀로 살아 돌아온 남자 철호(김인권)가 '마을 사람들을 죽게 하지 않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려 마을 사람들과 탈북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종교가 전반적인 이야기의 중심 소재지만 '신이 보낸 사람'은 핍박받는 북한 주민 전체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는 기독교를 믿고 의지하는 마을 사람들을 적발해 폭행과 고문은 기본이고, 공개 처형까지 하는 모습이 담겨 섬뜩하다. 극 초반부터 고문을 받는 철호와 영미의 모습이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인상을 찌푸릴 장면들이 많긴 하지만, 영화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심스럽게 고발해 나아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실화야?'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참혹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진무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북한 현실은 더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탈북자와 새터민, 선교단체, 북한 인권 전문가 등을 통해 고증한 작품이지만, 어느 정도의 고증이 이뤄졌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시선으로 만들어졌는지 집중해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었다. "북한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 같이 눈물 흘렸으면 좋겠다"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결말을 얘기해 미안하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북한 사회임을 누구나 알 듯 영화는 희망과 긍정을 향해 나아가진 않는다. 제목처럼 '신이 보낸 사람'인 듯했던 철호는 주민들에게 강냉이와 기름을 나눠주고,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도강을 계획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결말 부분에서 살포시 웃는 철호의 모습과 그의 상상을 통해 언젠가는 희망과 긍정의 시선으로 이들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112분. 15세 관람가. 13일 개봉.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