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부드러운 미소와 중후한 목소리로 ‘꽃중년’으로 불리던 조성하에게 또 다른 타이틀이 생겼다. 바로 ‘국민 사위’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중년 남성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낸 조성하와 만났다.
중후한 목소리와 상반되는 호탕한 웃음소리, 말을 할수록 진국인 조성하의 매력은 반백년을 앞두고 화려하게 피어올랐다.
◇ “막장의 기준이 뭘까요?”
‘왕가네 식구들’은 50%에 달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만만치 않게 케이블에 많은 채널들이 생기고 인터넷을 통해 TV를 보는 시대, 20%만 넘어도 소위 ‘대박 드라마’로 불리는 이 때, ‘왕가네 식구들’이 기록한 시청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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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천정환 기자 |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 작품이다. 방영되는 내내 ‘뜨거운 감자’였고 승승장구 했지만 막장이라는 꼬리표는 끝까지 떼어내지 못했다. 이러한 평가에 조성하는 “막장의 기준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나 싶다. 각자 볼 때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이야기의 축은 살면서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연기를 했으니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봐주셨으며 했다.”
◇ “눈물 연기 때문에 ‘왕가네 식구들’ 부담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성하는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해 택배 일도 마다 않는 부성애 강한 고민중 캐릭터를 연기했다. 차갑고 냉철한 캐릭터를 맡아 왔던 조성하는 감정의 폭이 심한 고민중 역을 맡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그는 “풍선 같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한 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한 장면마다 숙제 하나씩은 있어서 긴장한 상태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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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성하는 가장 보편적인 아버지로 묘사된 고민중 캐릭터에 공감하고 감정 이입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특이한 캐릭터가 넘쳐나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공감을 얻었던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모든 결정을 가족 중심으로 해온 인물이라 더 고통스럽고 이겨내려고 한 모습이 모든 가장들과 동일시화 한 것 같다. 투명인간 같은 외로움, 고충을 이야기 할 때 공감하고 오히려 위로해 주고 싶은 인물이 아니었다 싶다.”
◇ “연기, 포기할 수 없었던 원동력은 가족”
뒤늦게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조성하는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오랜 시간 ‘포텐’을 터트리기 위해 칼을 갈았고 서른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스크린 데뷔를 이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원동력을 묻자 조성하는 단번에 가족을 꼽았다.
“가족이 아니라면 지금 제가 하는 모든 것은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있어서 땀을 흘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갈 수 있다. 나 혼자만이라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대학로로 돌아가 연극을 하며 혼자 만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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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는 일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어려웠던 시절을 살면 ‘어떻게 되어야지’라는 생각 보다는 내가 하루 최선을 다할 곳이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호재를 만나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왕가네 식구들’의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 주목을 받았지만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것은 조성하일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에게 들어오는 작품들이 달라졌고 광고도 찍었다. 스스로도 ‘조성하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고민은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젠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성하가 가장 먼저 꼽은 성과는 연기와 팀워크였다.
“배우로 눈에 꼽을 만한 성과는 눈물 연기의 가능성이다. ‘왕가네 식구들’ 고민중 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 동안은 조연과 주연의 중간에 위치했다면 이 나이에도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성립시켜 줬다. 또한 드라마를 6~7개월 하다 보니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총력전을 펼쳤다.
남들은 늦었다고 말하는 30대 후반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고 50세를 앞두고 전성기를 맞았다. 조성하는 호재라고 말했지만 묵묵히 연기라는 한 가지 길을 걸어온 그에게 주어진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성하의 연기 인생 2막을 기대해 본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