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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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을 찾은 ‘두 도시 이야기’가 그 대표적이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이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 도시 이야기’는 특유의 서정성과 작품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공연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의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국내 공연에 투자를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넘나들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한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두 도시 이야기’는 지난 2012년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지난해 샤롯데씨어터에서 재연에 이어 올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 도시 이야기’의 제작사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에게 다짜고짜 ‘두 도시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운명인 것 같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두 도시 이야기’야 말로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며 “15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현대 사회상이 아이러니를 안겨주는 동시에 충분한 공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즐기는 것과 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공연이 좋아 투자 및 컨설팅을 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의 뛰어든 것은 어쩌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2011년 ‘폴링 포 이브’를 시작으로 2013년 ‘헤이 지나’ ‘친구’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대표작은 단연 ‘두 도시 이야기’다. 2012년 8월 초연했던 이 작품은 3년째 관객을 만나고 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사랑이야기다. 냉소적인 영국 변호사 시드니 칼튼은 짝사랑하는 여인 루시 마네트를 만나 가슴이 따뜻한 인간으로 변모하며 결국 상대의 행복을 위해 목숨마저 내놓는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워낙 강렬하지만, 결국 작품의 주제는 ‘불멸의 사랑’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메시지가 아주 다양합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죠.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남녀의 사랑과 모성애, 사랑에 따른 희생 그리고 변화 등 인생의 축소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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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
“‘두 도시 이야기’는 매우 클래식한 공연입니다. 많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준비 중이지만 오롯한 클래식 뮤지컬이 많지 않죠. 쇼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또 생각해보면 사랑 이야기 또한 손에 꼽을 정도예요. 이런 사랑 이야기를 어디서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두 도시 이야기’는 질 산토리엘로가 10년의 노력 끝에 음악을 완성했고, 토니상 4회 수상에 빛나는 토니 월튼이 웅장한 무대를 맡아 각광받았다.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는 32곡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됐다.
제작사로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무엇보다 캐스팅이다. 인기 아이돌 가수 모시기 전쟁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이제는 극히 경쟁적이고 상업적이다. 그럼에도 ‘두 도시 이야기’에는 하나의 캐스팅 철칙이 있었다. 작품이 주는 진실성과 텍스트가 갖는 정직함이 결코 2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고집이다. 그는 “곡 자체의 난이도도 있지만, 사랑과 희생을 얘기하는 넘버에는 특유의 소울이 담겨 있다”라며 “기교를 부릴 수 없는 넘버들”이라고 했다.
작년 포스터 문구가 ‘위대한 사랑의 부활’이었다면, 올해는 ‘올 여름 단 하나의 사랑’이다. 최 대표는 “실제로 요즘 뮤지컬에서 정통 로맨스를 그린 작품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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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최 대표는 인터뷰 내내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그 힘듦은 단순히 물리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그는 “이번 세 번째 공연 후에 잠시 쉬어야 하지 않나 싶다. ‘두 도시 이야기’를 내 목숨처럼 여겼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나의 전부이지만, 너무 많이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봐야할 필요도 느낀다”고 했다.
“요즘 관객은 입이 짧아요. 문화는 시간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1등만 살아남는 독과점 시장이 돼버리는 구조적인 문제는 많이 아쉽습니다. 한 시즌에 대극장 공연만 10개입니다. 수십 개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데 최소 30~40%는 성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10년 전에도 과도기였고 지금도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구조에서 ‘두 도시 이야기’가 잘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그래서 무모하리만큼 도전을 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뮤지컬에 대한 확고한 집념과 희생 정신이야말로 ‘두 도시 이야기’의 메시지와 다름이 없었다. 남다른 고집에 ‘무모하다’던 관계자들조차 그의 개척 정신과 추진력에 놀란 것은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걸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모하게 작품에 ‘올인’했죠. 여전히 힘들지만 ‘될 것 같다’는 희망은 또 저를 전진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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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사진 곽혜미 기자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