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인터뷰를 위해 만난 페퍼톤스의 두 남자 신재평, 이장원이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찬 이들이 취재진에게 줄 사인CD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앨범을 건네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들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앨범 재킷 사진이다. 이들은 제법 많은 양의 사진을 넣었다면서 “사진집 같지 않냐”고 흐뭇해했다.
지금까지의 앨범 모두가 그랬겠지만 이번 앨범에 있어서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매번 “잘 들었다”는 인사를 했던 동료 뮤지션들도 이번 앨범을 보고는 특히나 더 많은 호평을 남겨줬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심금을 울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정규 5집 앨범 ‘하이파이브’(High-Five)는 페퍼톤스와 같은 나이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담아냈다. 그간 음악적 변신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던 이들이 이번에는 철저히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을 앨범에 녹였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필터링 없이 담겼다고 해야 하나. 아직 경험을 하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공감을 못 살 수도 있지만 적어도 34년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실제로 겪고 느낀 이야기를 해서 공감하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도시락’이라는 노래가 엄마가 싸준 따뜻한 도시락을 들고 학교 가는 내용인데, 급식으로 바뀐지 오래 됐다면서요(웃음). 젊은 친구들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죠.”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에는 타이틀곡 ‘굿모닝 샌드위치 맨’ ‘캠퍼스 커플’ ‘몰라요’를 비롯해 ‘족구왕’ OST 삽입곡 ‘청춘’, 지난해 tvN 드라마 ‘연애조작단:시라노’ OST로 먼저 공개됐던 ‘뉴 챈스’(New Chance!) ‘솔라 시스템 슈퍼 스타스’(Solar System Super Stars), ‘스커트가 불어온다’ ‘파워 앰프’(Poweramp!!) ‘패스트’(FAST) ‘도시락’ ‘땡큐’(Thank You) 등 14곡으로 채워졌다. 또 뮤직비디오도 무려 11편이나 찍었다.
“처음에 기획을 할 땐 이번 앨범을 15개 트랙으로 하자고 했어요. 양적으로 푸짐한 앨범을 만들자고 했죠(웃음).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서 음반을 사는 사람들이 더 배부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타이틀곡이 3곡인 이유는 앨범에 실린 어떤 곡을 대중에게 들려줘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죠.”
또한 이번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밴드 사운드, 그리고 객원 보컬의 부재다. 활동 초기 객원 보컬을 대거 투입시킨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옥상달빛과 함께 부른 ‘캠퍼스 커플’ 외에 모두 직접 불렀다.
“4집 때 객원 보컬 없이 우리끼리 노래하는 걸 시도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공연을 하려면 10명씩 같이 다녀야 했는데 이젠 사람이 많이 줄었죠. 차 한 대에 다 탈 수 있거든요. 근데 노래는 진짜 안 늘어요. 우리가 노래를 잘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크게 상관은 없어요(웃음). 아, 그리고 여성 객원보컬 안 쓰고 나서 격분하는 남성 팬들이 있어요. 그럴 땐 죄송하기도 해요(웃음).”
“사운드 역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신경을 많이 썼죠(웃음). 편곡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멋을 내지 않고 최대한 단순히 가려는 생가기로 녹음에 임했어요. 1960년대 녹음 방식을 따로 찾아 공부해가며 고전적인 방식에 따라 작업을 마쳤죠.”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미료 없이 담아낸 이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대명제가 있다. 바로 ‘기분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씩 웃게 되는 즐거운 음악, 기분 좋은 음악을 해야 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요. 그 대명제 안에서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거죠. 초기 작품이 20대의 기념사진이라면 이번에는 30대의 그것인 셈이죠. 40대에도, 영감님이 돼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페퍼톤스는 수많은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자신들이 하고자 했던 초심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만, 활동 10주년을 맞으면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리하다 이들은 “머리가 굵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처음엔 좋다고 무작정 달려들었죠. 앨범이 나온 것 자체가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아무래도 예전 같지는 않더라고요. 무작정 신나기보다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 거예요. 머리가 굵어졌죠. 10년을 했는데 15년은 할 수 있을까, 20년은 할 수 있을까. 다음 앨범을 또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죠. 30대가 된 후부터 음반을 낼 때마다 우리끼리 ‘이 음반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처절하게 음악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페퍼톤스는 ‘기분 좋은 음악’을 하겠다는 그 마음 하나로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중음악사에 대단한 족적을 남긴 팀은 아니다”라고 겸손을 떨면서도 “10년을 버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은근과 끈기가 그들을 버티게 한 이유였다.
“우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10년을 버틴 팀은 없을 걸요?(웃음) 엄청난 히트곡은 없어도 은근과 끈기로 버텼어요. 다사다난하기도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