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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공효진 강혜정의 출연 소식에 일찌감치 대학로의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른 가운데 막이 오르니 그 열기가 더 뜨겁다.
20대 후반의 평범한 주부 미용사 리타. 옷, 남자가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던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제와 후회하며 인생의 참 의미를 되찾고 싶은 여자다. 그런 그녀는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노교수 프랭크를 찾아가 점차 지적인 여성으로 변해간다. 그녀로 인해 노교수 프랭크 역시 꺼진 열정을 다시 태우며 두 사람은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리타’는 1980년 런던에서 초연 된 이후 영화 등으로 제작됐고 1991년 ‘리타 길들이기’라는 이름으로 국내 초연됐다. 당시 최화정, 전도연, 이태란 등이 화제를 모으며 열연을 펼쳤으며, 이번에는 공효진, 강혜정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제작사인 수현재컴퍼니에 의해 제목은 ‘리타 길들이기’에서 ‘리타 Educating Rita’로 변경됐다.
리타와 노교수 프랭크, 단 두 사람이 이끌어 가는 이 연극은 ‘자아 찾기’라는 방대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위트와 코미디가 적절하게 매치 돼 있으며 관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한 무대 구성도 볼거리다.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이끌어 가는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프랭크와 리타. 두 사람은 언뜻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현 주소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의 눈이 아닌 스스로의 잣대로 ‘나다운, 나만의 것’을 갈구한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나는 우리의 고뇌이기도 하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꿈, 잊고 살았던 내 안의 자아가 험난한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때문에 두 배우가 나누는 대화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다. 연극 ‘리타’를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연극의 수준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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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갖고 있는 극 초반의 리타의 모습은 공효진 특유의 통통 튀는 시원한 매력과 유독 잘 맞아 떨어진다. 다만, 극의 전개에 따른 인물의 변화가 극명하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공연 말미 급격히 떨어진 체력 역시 조금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다행히 마지막 엔딩으로 가면서 활력은 되살아난다.
시인이 되고픈 욕망은 있지만 능력이 없는 프랭크. 그는 비로서 ‘리타’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유를 찾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결국 ‘자아 찾기’의 시작이다. 작품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흔들리고 또 휘둘리기 쉬운 이 주제에 대해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답을 내준다.
오는 2월 1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