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닥터 프로스트는 결국 감정을 배웠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매우 허술했고, 닥터 프로스트가 감정을 배운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미미했다.
지난 1일 OCN 일요드라마 ‘닥터 프로스트’ 최종회에서는 문성현(송종호 분)의 계략과 정체가 밝혀지면서 닥터 프로스트(송창의 분)의 과거의 비밀이 풀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천상원 교수(최정우 분)는 자신을 향해 총을 발사한 남태봉 형사(성지루 분)로 인해 중상을 입게 됐고, 남태봉 형사는 그 총을 쏜 기억까지 3일 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결국 정직 처분을 받았다. 프로스트 교수 또한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그 차 사고에서 자신을 구해준 것이 천 교수가 범인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천상원 교수에 크게 화를 내고 말았다.
↑ 사진=닥터프로스트 방송 캡처 |
하지만 이 상황에 의문을 느낀 윤성아 조교(정은채 분)는 프로스트 교수 가족이 차 사고를 당한 날의 행적을 조사한 후 닥터 프로스트의 기억과 달리, 천상원 교수는 정말 그를 구한 사람이었음을 밝혀냈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어머니의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아버지가 자살을 한 후 정신병원에 갇힌 박동희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박동희 아버지에 불리한 진술을 했던 목격자들과 당시 사건의 심리 자문을 맡은 천 교수 모두 위험에 빠지거나 이미 살인, 실종을 당했던 것.
닥터 프로스트는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격리된 박동희를 만난 후 이 모든 것은 문성현으로 신분을 조작한 현재의 문성현이 꾸민 짓임을 알아냈다. 박동희에 문성현의 존재를 뒤집어 씌운 진짜 박동희는 오기억을 심어 사람들이 목격자들과 천 교수를 죽이도록 조종한 것이다. 이를 알아챈 천 교수는 외진 곳에서 문성현과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결국 그의 손에 살해당하고 말았다.
닥터 프로스트는 뒤늦게 잡힌 문성현에 그가 정신병이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경찰을 돕고,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노력했던 천 교수의 빈자리를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닥터 프로스트는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마침내 슬픔이라는 감정을 배우며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끝내 닥터 프로스트는 감정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는 조짐을 보였지만, ‘닥터 프로스트’가 보였던 심리 드라마의 과정은 긴박함을 자아내지 못해 큰 반향을 이끄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닥터 프로스트의 활약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영하는 내내 많은 시청자들은 닥터 프로스트가 대활약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견을 많이 내왔으나, 마지막 회에서도 닥터 프로스트의 과거를 알아내고 문성현의 정체를 위해 종횡무진 뛰었던 것은 윤 조교였다.
1회에서부터 드라마에서는 수많은 우연과 윤 조교, 남 형사의 활약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하며 좀처럼 닥터 프로스트의 ‘괴짜 천재’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는 주지 않았다. 닥터 프로스트의 손에서 해결되는 사건들은 많지 않았고, 오지랖 넓은 윤 조교가 우연히 발견한 실마리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일이 훨씬 많았다. 이쯤 되면 드라마의 천재는 닥터 프로스트가 아닌 윤 조교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심리 드라마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욱 긴박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꼬여있던 사건을 풀어내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닥터 프로스트’는 지나친 우연들로 사건을 풀어내며 쫀쫀한 전개에서 오는 쾌감은 전하지 못했다. 사건들이 허술해서 처음부터 범인들이 짐작 가능했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높이지 못했던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중반부 넘어서 등장했던 문성현의 존재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금은 미스테리하게 전환시킨 장치 중 하나였다. 왜 10년 만에 닥터 프로스트의 앞에 나타났는지 존재 자체가 의문이었던 문성현은 오기억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며 극악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으로 극의 긴장을 더했다. 막판 2~3회에서는 문성현과 천 교수, 프로스트 교수를 둘러싼 과거와 사건들이 여러 심리 현상들과 맞물리면서 심리드라마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듯 했다.
↑ 사진=닥터프로스트 방송 캡처 |
하지만 극의 전개가 긴장감이 높아질 즈음은 이미 끝이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문성현의 존재를 좀 더 앞당겨 등장시키고, 각종 사건들과 문성현의 존재를 얽히게 전개시켰다면 더욱 시청자들의 눈길을 빨리 사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발동이 늦게 걸린 탓에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극을 통해 닥터 프로스트가 감정을 많이 배웠는지도 충분히 그려지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 중 하나다. 닥터 프로스트가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인지할 만한 사건이나 장면들이 많지 않았던 탓에, 천 교수의 빈자리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닥터 프로스트의 모습에서 별다른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천 교수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프로스트 교수의 장면이 큰 충격으로 와 닿는 것과 매우 다른 느낌이었다.
닥터 프로스트의 성장은 있었지만 이는 미완성으로 끝났고, 드라마는 풀다 말아버린 실타래 같은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문성현을 중심으로 한 전개는 ‘닥터 프로스트’의 가능성을 보였고, 마지막 장면에서 문성현이 교도관에 최면을 걸어 탈옥을 한다는 암시를 남겨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에 과연 ‘닥터 프로스트’의 속편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닥터 프로스트’는 이종범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이며, 닥터 프로스트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사팀에 합류해 범죄를 해결하는 심리 수사극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