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황은희 기자] 여배우가 아름다운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연기자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고하고 아름답기만한 매력은 연기에 독이 될 수 있다.
한지민은 SBS 수목극 ‘하이드 지킬, 나’(이하 ‘하이드’)에서 한 남자(현빈 분)의 전혀 다른 두 가지 인격과 사랑에 빠진 여자 장하나로 분해 밝고 씩씩한 캐릭터를 열연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좀처럼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2012년에 방송됐던 SBS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 제작발표회에서 “밝고 씩씩한 캐릭터가 편하다”고 했던 한지민은 스스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이드’는 ‘시크릿 가든’ 이후 첫 브라운관 복귀에 나선 현빈과 마찬가지로 ‘옥탑방 왕세자’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한지민, 그리고 영화 ‘역린’ 커플의 재회라는 점으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난 11일 방송된 ‘하이드’ 7회 시청률은 5.1%(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1회부터 계속된 하락세의 정점을 찍었다. 굴욕적인 시청률을 맛본 ‘하이드’는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려는 듯 포옹, 키스신, 동거 등의 단어들을 쏟아내며 현빈과 한지민의 ‘케미’를 내세우고 있다.
↑ 사진=포스터 |
그러나 단순히 ‘케미’를 논하는 방식은 좀처럼 와닿지 않는다. ‘하이드’에서 ‘케미’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현빈은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을, 한지민은 ‘옥탑방 왕세자’의 박하를 재연해내며 한 드라마에서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흥미롭지 않는 이들의 연기 호흡에 시청자의 채널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이드’의 흥행 실패 요인이 현빈의 몫으로 치부되는 면이 컸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가 시청자들에게 돌아왔다는 점에서부터 이 드라마는 현빈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로맨틱코미디 장르는 남녀주인공의 상호작용으로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다. 이 점에서 봤을 때 한지민 역시 ‘하이드’에 실패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하이드’에서 한지민은 그저 예쁘기만 하다. 또 2012년에 그가 밝혔듯이 그에게 편한 캐릭터, 밝고 씩씩함만을 보여주려 한다. 그가 맡은 장하나 역할은 재벌남에게 사랑받는, 가난하지만 밝고 씩씩한 캐릭터로 여자 배우들이 탐내 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청순가련한 이미지와 더불어 강인함까지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는 드라마 단골 캐릭터다.
↑ 사진=하이드지킬나 캡처 |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 ‘상속자들’의 박신혜, ‘미스터백’의 장나라, ‘왔다 장보리’의 오연서, ‘하이드’와 동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킬미, 힐미’의 황정음까지 이들은 장하나 캐릭터와 별반 차이가 없는 캐릭터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극에 맞게, 남주인공을 뒷받침해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사랑을 받았다. 특별한 연기 변신이 아니더라도 캐릭터에 맞게끔 연기한 그들에게 시청자들은 찬사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한지민의 연기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내려 놓지 못한 모습이다. 그는 어린 소녀마냥 귀엽고 청순함만을 강조한 ‘캔디’ 같은 캐릭터로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전달되지 못하니 사랑스러운 연기 조차 식상함만 안기는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 그의 연기력을 간과한 것인지, 아니면 망가짐을 두려워하는 여배우의 한결같은 연기력 때문인지, ‘하이드’ 한지민의 연기 변화가 필요할 때다.
황은희 기자 fokejh@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