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무대 위를 주름잡았던 화려한 모습은 없었다. 청순한 걸그룹 멤버 대신 아침부터 세 아이와 전쟁을 치르는 엄마가 브라운관에 비쳤을 뿐이다. 당대를 호령했던 걸그룹 S.E,S 출신 슈는 딸 라희·라율 자매, 그리고 아들 유와 함께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주부로 하루를 보냈다. 남들과 별다를 것 없는 그의 일상은 지금 걸그룹이 거쳐갈 미래였다.
14일 오후 방송된 SBS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에서는 슈가 쌍둥이 딸 라희와 라율, 아들 유를 돌보는 전쟁같은 하루가 처음으로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걸그룹 요정 혹은 연예인 이미지를 벗고 아이 엄마로서 분주하게 사는 슈의 또 다른 면모가 유독 눈에 띄었다. 슈는 앞선 인터뷰에서부터 화장기 없는 얼굴과 편안한 복장으로 나와 자신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바쁜 주부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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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루는 아이들과 남편의 아침을 챙겨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침 딸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깬 슈는 동물 잠옷을 입은 채 음식 만들기에 나섰다. 딸들을 달래주는 건 남편 임효성의 몫이었다. 그는 늘 그래왔다는 듯 능숙하게 라희와 라율을 들어올리며 눈물그치기에 안간힘을 썼다.
아침 식사도 요란했다. 라희와 라율은 스스로 숟가락질을 하면서도 음식 반을 땅바닥에 떨궜고, 슈는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코앞인 아들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배부르다며 밥먹기를 거부한 라희와 체중이 부쩍늘어 먹는 게 걱정인 라율에게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됐다.
아침 전쟁은 이제 서막에 불과했다. 슈는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는 두 딸의 신체 사이즈를 기록하는가 하면, 첫째 라희보다 살이 불어난 라율의 체중 관리를 위해 춤추기, 요가 등을 하며 쉴새없이 움직였다.
아이들의 목욕도 주부라면 당연히 거쳐 갈 관문이었다. 슈는 씻기 싫어하는 라희를 어르고 달래며 목욕을 마쳤지만, 그를 단장하는 동안 목욕탕 안에 그대로 두고온 라율이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슈는 한참이 지난 후 문득 생각난 듯 목욕탕으로 달려갔고, 눈물을 쏟아내는 라율이를 보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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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 엄마로서 슈의 일상은 그야말로 리얼했다. 방송에 나오지만 화장은커녕 동물 잠옷도 채 벗지 못하고 아이들 돌보는 것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라율이를 잠시 잊은 실수 때문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깜찍한 요정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자화상 그 자체였다.
그는 개별인터뷰에서도 엄마로서 느끼는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헐렁한 티셔츠 차림으로 나와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자라서 나를 떠날 텐데 (두렵다)”며 “우리 아이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 지금이 정말 예쁘다”고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한 사람이면서 엄마인 그의 솔직한 욕심을 읽을 수 있었다.
‘오마베’ 속 슈는 그동안 MBC ‘무한도전’이나 SBS ‘룸메이트’에서 보여줬던 돌아온 90년대 스타로서 느낌과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그를 보며 ‘요즘 걸그룹 멤버들도 언젠가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저렇게 살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포장 없이 리얼한 에피소드였다.
앞서 그는 “‘오마베’에 출연한 이유는 나의 솔직한 육아 방법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수많은 평가가 있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바 있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하루종일 풀메이크업을 하고 있거나 화려한 패션을 자랑한 엄마들보다 아이돌 이미지를 버린 그의 모습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은 건 이런 솔직한 생각때문 아니었을까.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