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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쁜 녀석들’에 영국 신사는 없다. 맞춤형 정장도, 특별 무기도 없다. 하지만 영국 출신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매력은 돋보인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죄수복과 평상복을 입었을 뿐인데도 그렇다. 또 일반 범죄 영화에서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도 뭔가 달라 보인다. 신경질적인 모습과 결단력으로 남성미를 드러내는 건 또 어떻고.
영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은행 강도 전력이 있는 범죄자 브랜든(이완 맥그리거)은 나쁜 녀석이지만 흡인력 있게 관객을 빨아들인다. 그 혼자 돋보이는 원톱은 아니지만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나쁜 녀석들’은 교도소에 처음 들어온 19세 청년 JR(브렌튼 스웨이츠)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집중한다. JR은 체스판 앞에서 기민한 훈수를 둬 브랜든의 눈에 띄고, 그의 보호 아래 위험한 교도소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가는 있다. JR이 출소하면 자신의 탈옥과 금괴 주조 시설을 터는 계획에 협조할 것을 제안한 것.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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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혹은 스승과 제자로의 관계를 형성하는 두 남자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심리적 긴장감, 관계의 변화에 집중하며 보는 재미가 후반부로 갈수록 쏠쏠하다. 전반부와 후반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해 사랑받은 ‘이미테이션 게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는 또 다른 장르의 즐거움을 전할 것 같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콜린 퍼스 등 영국 배우에 빠져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또 한 번의 기회다.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화려한 액션이 없어(금괴를 훔치고 나와 황량한 벌판의 카체이싱 장면이 있긴 하다) 밋밋한 느낌이지만, 과하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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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은 6세 때 아버지를 여읜 줄리어스 에이버리 감독의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