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이윤정 감독님에 홀렸죠. 홀렸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네요. ‘하트투하트’를 찍을 때만큼은 정말 행복했거든요.”
tvN 드라마 ‘하트투하트’를 종영하자마자 일본으로 일주일 정도 훌쩍 여행을 떠났다고 말하는 배우 이재윤은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하트투하트’의 이윤정 감독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아니, 실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윤정 감독에 대해서 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윤 스스로가 “너무 감독님 얘기만 한 것 아니냐”고 머리를 긁적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재윤이 그만큼 이윤정 감독에 ‘감화’된 것만은 분명했다. ‘하트투하트’를 말할 때마다 그의 눈빛은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는 것 마냥 ‘하트 뿅뿅’의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런 그에게 장두수 형사로 활약했던 ‘하트투하트’를 떠나보내는 심경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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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하트투하트’ 종영을 하자마자 일본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어디든 마음가는대로 떠나는 걸 좋아하는데 평소에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드라마 끝나자마자 바로 티켓팅을 해서 갔다. 피로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다 왔다. 이번 드라마는 찍을 때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어서 더 기분 좋게 여행을 다녀왔던 것 같다. 드라마는 언제 드라마가 시작했나 싶을 정도로 끝난 것 같지가 않다. 아쉬운 게 크다. 시청률이나 연기가 아쉬운 게 아니라 더 오래했으면 좋겠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이윤정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제가 했던 작품 모두가 소중하긴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특별하다.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이재윤은 이미 앞서 치러졌던 ‘하트투하트’의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에서 이윤정 감독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은 참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재윤 뿐이 아니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천정명, 최강희 등 모든 배우들이 하나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마치 이윤정 감독의 마법에 홀린 것 같았다. “드라마 현장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회상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도대체 어떤 점이 배우들을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윤정 감독님 때문인 게 가장 크다.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데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이 느낀다. 배우를 어떻게 배려해야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지를 아시고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특히 드라마 장르에서는 주어진 동작 안에서 약속된 움직임을 해야 하는 게 크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주셨다. 살아있는 반응을 할 수 있도록 한 거다. 드라마에서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보고 눈물을 뚝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진짜 울 때는 고개를 파묻고 울 수도 있지 않냐. 항상 그런 게 불만이었다. 그런데 이윤정 감독님은 그런 게 없었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가 감독님의 말씀이었다. 정말 훌륭하신 감독님이다.”
그가 말한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했던, 즉 ‘놀고 싶은 대로 놀아보라고’ 주문한 이윤정 감독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 장면이 많냐고 물었더니 이재윤은 “김기방 형과 붙은 거의 모든 신이 그랬다”고 대답했다. 극중 이재윤과 김기방과의 호흡은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주거니 받거니가 찰졌다. 이에 대해 이재윤은 “김기방 형이 워낙 잘 해줘서”라며 공을 김기방에 돌렸다.
“많은 장면들이 노는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다. 특히 김기방 형과 함께한 경찰서 신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만든 거였다. 애드리브라는 건 단순히 말장난으로 끝나면 안 된다. 인물과 상황을 철저하게 파악을 해야지만 그 상황에 알맞게 애드리브가 나올 수 있는 거다. 상대방을 잘 파악해야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기방이 형과 저는 편한 사이였고, 얘기도 정말 많이 했다.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의논 하에 편하게 놀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보는 분들로부터 ‘대본에 저런 게 있었을까?’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김기방 형이 워낙 잘 해준다. 제가 어떤 걸 던져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쳐준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제게 뭔가를 던져준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게 주고받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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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이번에 이재윤은 그간 상남자의 모습을 많이 보였던 캐릭터와는 달리, 일 할때에는 거친 남자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캐릭터로 변신을 선언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심쿵남’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무언가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라면 꽤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이재윤은 이를 듣고는 “장두수의 그런 모습 또한 제 모습”이라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사랑할 때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순정남’이란다.
“새로운 캐릭터를 해서 정말 재밌었다. 물론 새로운 모습이긴 하지만, 또한 그것도 제 모습이다. 제게 없는 부분을 연기를 할 수는 없다. 작더라도 제 안에 있는 모습을 끌어내 보여주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그게 나다. 제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오는 표정이고, 제가 화가 날 때 나오는 표정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저 또한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최선을 다 한다. 마음을 다 표현하려고 하고. 다른 남자들과는 조금 표현 방식이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웃음) 언제나 연애는 하고 싶다. 늘 할 수 있으면 하려고 한다. 지금은 보고 있는 중이다.(웃음) 저는 항상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오래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한 사람에 푹 빠져서 마음을 다 쏟아 붓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사랑은 정말 좋은 거다. 그러니 그렇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사랑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 아니겠나. 장두수뿐만 아니라 이재윤에게도 봄이 올 것 같냐고? 사실 항상 이재윤은 봄이었다.(웃음)”
그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결국 극중의 장두수는 여주인공 차홍도(최강희 분)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고세로(안소희 분)라는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두수와 고세로의 사랑은 말미에 짧게 그려졌을 뿐이었다. 앞서 말한 ‘극이 짧았다’는 말이 두수-세로 커플의 짧은 사랑에도 해당되는 걸까. 이재윤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흔히 말하는 서브 남주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세로(안소희 분)와 장두수가 막 시작할 때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저는 홍도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했고, 거기에서 어느 정도의 감정을 해소했다. 드라마가 짧게 느껴진 건 저 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20부작만 됐어도 괜찮았을 텐데’라는 말을 많이 했다. 배우들끼리는 ‘시즌2 안 가냐’고 엄청 말했다. 캐스팅 좀 변화해서 시즌2 하자고 말이다. 김기방 형이 고이석(천졍명 분) 역할을 욕심내더라.(웃음) 조금만 길었어도 스토리를 좀 더 풀어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엔딩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은 없다. 홍도, 이석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일어났다. 장두수만 해도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게 그려졌기 때문에 엔딩은 만족한다.”
그에게 이토록 애착을 가진 드라마가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남긴 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냐고 은근슬쩍 물었더니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촬영할 때 행복했으면 그 뿐”이라는 거다. 그를 시청률조차 신경쓰지 않도록 만든 ‘하트투하트’, 그리고 이를 만든 이윤정 감독의 매력은 뭘까. 그의 입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윤정 감독을 “좋은 연출이자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말에 존경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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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배우는 극에 생명을 불어넣어서 표현을 하는 거다. 작가님이 A를 의도해서 쓴 글을 보고 배우는 A와 B를 함께 보기도 하고, 제3자는 A와 C를 보기도 한다. 이처럼 A 너머의 것들을 보고 표현하는 게 바로 배우인 거다. 여기에서 배우에게서 그 A 이외의 것을 끌어내는 게 연출의 역할이다. 풍부한 소스들을 꺼내서 살아있는 장면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 연출과 작가, 연출과 배우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윤정 감독님은 그 역할을 정말 잘 하셨다. 그래서 정말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 전작들에서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야기를 감독님과 했다. 감독님께서 편하게 해주셔서 제 생각을 정말 많이 얘기할 수 있었다.”
이재윤은 이어 이윤정 감독의 섬세함을 극찬했다. “그 어느 때 보다 로맨스가 섬세하고 깊게 들어간 적은 처음”이라며 아직도 촬영 중 느꼈던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을 잊지 못하는 듯 했다. 그는 소품 하나, 대사 하나에도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섬세함을 극도로 살리는 연출의 모습에서 자신도 자극을 받고 더욱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윤정 감독이 왜 ‘훌륭한 사람’인지에 대해 이유를 들기도 했다.
“훌륭한 연출이고, 훌륭한 사람이다. 권위적인 느낌의 연출이 아니라 친한 누나 느낌도 난다. 그런데도 굉장히 배우들에게는 조심스럽게 대한다. 지금까지도 말을 안 놓으시면 서도 제 생각 다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도 다 말씀해주신다. 들어주는 걸 정말 잘 하신다. 단역 배우부터해서 모든 스태프들을 다 챙기신다. 심지어 제 스타일리스트 이름까지도 기억해서 불러주신다. 그래서 단역 배우들도 더 감정을 살려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스쳐지나가는 단역들의 감정 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윤정 감독님께서는 단역 배우 분들께도 ‘이 부분에선 이런 감정으로 갔으면 좋겠다’하고 일일이 말씀을 하신다. 그러니 배우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이윤정 감독님이 차기작을 함께 하자고 하면 어떤 배역이건, 분량이건 상관없이 무조건 오케이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에게 이윤정 감독의 ‘하트투하트’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지 물었다.
“이 드라마는 끝나고 나서보다 하는 과정에서 ‘힐링을 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건 강희 누나나 정명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 없을 때에도 휴식을 통해 치유를 할 수 있지만,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고 작품을 해야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치유를 많이 받은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굉장히 힘든데. 감독님께서도 치유를 많이 받으셨다고 말씀을 하시더라. 우리가 받은 힐링이 시청자에게도 잘 통해서 다행히도 드라마가 호평을 받고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단순한 자극과 재미를 찾으셨다면 우리 드라마가 재미없었을 지도 모른다. 누구를 쉽게 죽이고, 말도 안 되는 불륜이 있거나 하는 건 ‘하트투하트’에는 없다. 잔잔하고 섬세하게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고 사랑의 딱 맞는 타이밍을 그려내는 드라마를 조금씩 따라오는 재미를 느끼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