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정’의 가장 큰 무기는 물샐 틈 없는 명품배우들의 열연이었다.
17세기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질투를 조명한 드라마 ‘화정’이 13일 첫 포문을 열었다.
제작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화정’은 이른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첫 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한 주인공은 ‘역대 가장 비율이 좋은’ 광해군을 완성시킨 차승원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좌중을 압도시킨 선조 역의 박영규였다.
선조 박영규와 광해군 차승원의의 카리스마 대결은 누가 우위라고 할 것도 없이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며 몰입도를 높였다. 광해군이 몸을 사리는 시기인 만큼 이를 연기한 차승원은 대체적으로 담담하게 연기를 했지만, 긴장감을 풀지 않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맹수의 형상을 완성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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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의 경우 근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아들인 광해군을 향한 노골적인 적대심과 질투를 드러내는 선조를 연기하며 ‘정도전’ 때와는 또 다른 사극연기를 보여주었다. 폐가진입을 논하며 광해군을 폐위시키려는 선조의 모습은 왕의 위엄과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박영규의 연기가 폭발한 지점은 독약을 먹고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던 장면이었다. 숨이 막힌 듯 땀을 온 몸으로 흘리면소 자신의 앞에서 야욕을 드러내는 광해군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는 장면은 안방극장을 지배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차승원과 박영규의 연기대결은 극적인 재미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화정’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는데 일조했다.
차승원은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으로 박영규은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영향으로 코믹한 이미지를 일정부분 소유한 배우들이었지만 ‘화정’에서 접한 이들은 모습 속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정’에는 차승원과 박영규 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이덕형과 이항복 역으로 이성민과 김승옥이 연기를 하면서 젊은 지성인들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앞선 작품에서 호평을 받았던 이들은 ‘화정’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지 않았지만 역시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의 재미를 견인했다.
훗날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와 정명공주를 폐위하는데 앞장 선 이이첨을 연기한 정웅인은 짧은 등장이었지만 살벌함과 동시에 망나니 행세를 하면서도 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탐욕과 날카로움을 드러내며 향후 그가 보여줄 악역 연기를 기대케 했다. 이이첨과 한 배를 탄 김개시 역의 김여진의 경우 특별한 대사는 없었지만 선조를 죽이는 데 앞장 선 서늘한 눈빛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조, 광해, 인조 정권에 이르는 동안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을 연기한 김창완은 자상한 할아버지 인 듯하면서도 형형한 눈빛 속 당색에 치우치지 않는 청백리 명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첫 회인 만큼 젊은 배우들과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하나 실력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화정’의 배우군단은 진정한 연기의 맛을 보여주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한편 ‘화정’은 매주 월, 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