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출생률과 사망률이 저하됨과 동시에 고령화 사회를 맞았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맞게 극장가 역시 변화를 시도했고, 그 결과 과거엔 눈을 크게 떠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노년층의 극장 나들이를 이젠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특히 평일 극장 오픈 시간부터 오후5시까지는 관객의 절반이 주부 또는 노년층이다.
노년층의 극장 나들이가 잦아질수록 이들의 만족까지도 이끌어낼 만한 다양한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하고 있다. 그 시작은 ‘워낭소리’(293만4435명)였지만, 그 후 이를 뒤이을만한 괜찮은 작품이 없어 또 다시 극장은 젊은 층의 놀이터가 됐다.
그러나 2014년 11월27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 480만1312명)가 개봉하면서 다시금 노년층의 극장 컴백(?)을 예고했다. 그 후 ‘국제시장’(1425만2510명) ‘헬머니’(52만2758명) ‘장수상회’ ‘화장’ 등이 연달아 개봉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를만한 착한 이야기로 웃기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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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님아’를 연출한 영화감독 진모영 역시 “‘님아’의 흥행과 관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들 작은 영화의 흥행 성적이나 이에 따른 현상들에 많이 놀라더라. 처음에는 40, 50대 관객들이 와서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20, 30대 관객도 많아 의외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제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님아’에 비해 규모도 컸고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지만,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 이야기가 젊은 관객까지도 자극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오히려 20, 30대 관객을 제대로 울리며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 등을 느끼게 도왔다. 우리 모두 미래의 덕수이기에,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전 세대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 ‘국제시장’의 타깃을 전 세대로 잡고 제작했다.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가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으며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작품이 관객에게 줄 진짜 메시지는 ‘세대 간의 소통’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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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장수상회’와 ‘화장’도 단연 그 시작은 노년층의 로맨스이기에 젊은 관객보단 나이 든 세대가 공감하기 쉽다. 그러나 젊은 이 보다 더 순수하게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보는 이가 다 두근거리고, 치명적인 여자 앞에서 수없이 갈등하는 노년의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사랑 앞에 나이 없다’라는 말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공감’을 품은 노년층의 이야기가 전 세대를 아우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미 영화 속 내용을 경험한 나이 든 세대가 있고, 앞으로 경험할 젊은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화장’ 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죽어가는 아내와 생명력 넘치는 젊은 여인이라는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중년 남자의 심리를 농밀하게 녹여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수상회’를 연출한 영화감독 강제규는 “영화가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든 모든 세대에게 다가가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함을 전달했으면 한다. 나아가 ‘장수상회’를 통해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한국영화들이 많이 개봉됐으면 한다”며 “노년층의 로맨스를 앞세워 홍보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족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기에 전 세대를 아우를만한 내용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극에서 성칠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근형은 “사랑은 다 똑같지 않냐. 환경과 사람은 달라져도 사랑은 불변이다. 언어에 대한 제한도 없고 어느 나라에서도 다 통하는 주제다. 이 점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것 같다. 많은 여러 가지 사랑 중 ‘장수상회’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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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이 같은 영화가 많이 개봉될수록 이미 극장 단골인 2030대는 기본이거니와, 다소 극장에 무관심했던 40~70대까지 극장을 주 무대로 삼게 만든다. 전 세대를 아울러야 하기에 영화 속 내용도 깊어지고 더 다양해진다. 즉, 노년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개봉이 다양성과 대중성을 높이는 격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극장의 메인 고객은 주로 2030대였지만 최근 4050대 관객들도 많이 찾는다. 개봉 당일은 2030대가, 그 후 4050대에게 영화 관람 바통이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30대가 지니는 티켓파워도 굉장하다”고 설명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