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만화 <데스노트>를 뮤지컬로…신선? 어색? 도대체 상상이 안 되는군!’
원작이 남긴 ‘신선한 충격’이 워낙 깊이 박힌 터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일본 만화 ‘데스노트’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니, 처음 무대로 올리는 만큼 ‘첫 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그 파격적인 변신의 시작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4월 15일, 일본 도쿄의 닛세이 극장, 그리고 오후 6시 30분. 기다렸던 막이 올랐다.
↑ (사진=ⓒ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첫 장면(‘정의는 어디에’)인 만큼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진다.
사실 죽음이라는 이름의 ‘노트’ 표지는 까맣고 사신이나 살인자가 배회하기에는 암흑이 더 어울린다. 그러나 공연은 무대를 ‘하얀 공간’으로 설정했다. 막 열어본 노트, 그 첫 페이지처럼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하얀 세계에 등장인물들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피의 빨강 혹은 죄의 검정, 달빛의 청백함이 다채로운 풍경을 그리며 이야기의 단편이 나타나고 또 사라진다.
캐릭터는 ‘데스노트’를 통해 신세계의 신이 되고자 하는 ‘라이토’. 그런 그를 살아하는 ‘미사’, 항상 라이토와 미사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죽음의 사신 ‘류크’와 ‘렘. 빠른 두뇌 회전으로 ’라이토‘를 압박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와의 대결에 빠져드는 천재 형사 엘(L)까지, 원작에서 만난 그대로다.
↑ (사진=ⓒ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연극적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판타지적 요소는 과감히 축소시켰다. 무리한 변화 보다는 친숙함을 극대화시켜 관객의 이해를 도운 것. 빠른 장면 전환과 치열한 두뇌 싸움 중간 중간 삽입된 사신 ‘류크’의 위트 넘치는 대사와 익살스러운 행동은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뮤지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작업은 브로드웨이의 천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맡았다. 한 번 들으면 귀에서 계속 맴도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대중을 사로잡는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가감 없이 발휘된다.
다만 아름다운 멜로디를 강점으로 하는 그가 이번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냉혹함, 비정함을 표현하는 음악을 가미해 영역을 넓혔다.
↑ (사진=ⓒ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 |
캐스팅 역시 초호화 라인업으로 한껏 공을 들인 모양새다. 라이토 역할에는 뮤지컬계 젊은 연기파 배우 우라이 켄지를, 그와 맞서는 엘(L) 역에는 인기스타 코이케 텟페이가 각각 맡았다. 사신 렘 역에는 하마다 메구미가, 류크 역에는 요시다 코타로가 출연한다.
다만 비주얼 적인 면은 완벽에 가깝지만, 고음처리나 연기력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한국판 뮤지컬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뮤지컬 ‘데스노트’는 지난 2003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만 3000만 부 이상 팔리고,한국을 비롯한 세계 35개국에서 번역된 히트작이다. 일본 초연작에는 브로드웨이의 천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일본의 대표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호흡을 맡춘다.
일본에 이어 한국 초연은 오는 6월 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홍광호 김준수 정선아 박혜나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한국판 역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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