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사전제작 드라마라고 모두가 다 좋을까. 답은 ‘50대 50’이다.
KBS의 올해 최대 기대작인 KBS2 ‘태양의 후예’와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SBS ‘사임당’은 모두 100%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촬영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현재 방영 중인 OCN ‘실종느와르 M’은 반(半)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촬영 중이다. 최근 사전제작 시스템에 대한 방송가의 관심은 뜨겁다.
사전제작 시스템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작은 것까지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확실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꼽힌다. 특히 제작자나 배우들에게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최고의 촬영 시스템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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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실종느와르M 포스터 |
지난 3월 열린 ‘실종느와르 M’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승영 PD는 반 사전제작 시스템에 굉장한 만족도를 보였다. 그는 “오히려 드라마 촬영 중후반, 사전제작이 무너지는 그 시점부터 퀄리티가 저하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르물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퀄리티를 높인다고 생각한다”며 사전제작이 가진 힘을 강조했다. 다양한 단서를 모아서 하나의 추리를 완성시켜야 하는 장르물에서는 사전제작이 더욱 디테일에 신경 쓸 만한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반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촬영돼 작년 10월 방영된 OCN ‘나쁜 녀석들’에 출연했던 배우 조동혁은 인터뷰 중 “이번 ‘나쁜 녀석들’은 반(半)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 대본이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찍는 것이라 (다른 드라마와 같이) 밤을 새는 것이라도 대본을 몇 번 더 보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NG도 적었고, 감정 연기 부분으로도 몰입이 더 잘 됐다”며 “내용도 중간에 바뀌는 바가 없고, 결과가 다 나와 있으니 배우들 또한 내 장면을 욕심을 내지 않고 호흡을 중요시하게 됐다. 단점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며 사전제작으로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2009년 영화 ‘친구’의 드라마화화로 눈길을 모았던 MBC 드라마 ‘친구’도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주인공인 현빈과 김민준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현빈은 “쪽대본이 없어서 모든 신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촬영을 했다”고 말했고, 김민준은 “사전제작이라 리허설도 리얼햇고 시간적으로도 여유로웠다. 동선 하나에도 신경을 쓸 수 있어서 촬영이 원활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외에도 2008년 100% 사전제작 시스템에 도전하다시피 한 SBS 드라마 ‘사랑해’에 출연한 공형진, 안재욱 등이 “제작, 연출진과 출연진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면에서 사전제작 시스템의 장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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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친구 포스터 |
이처럼 사전제작 드라마는 쪽대본이 만연한 바쁜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흔히 일어나는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전에 없던 신을 촬영하라고 하더라’는 바쁜 스케줄은 거의 없다. 그만큼 배우들은 대본을 더욱 숙지하고 앞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촬영에 임할 수 있어 감정의 흐름을 잡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PD는 작은 것 하나도 디렉션이 가능해 더욱 깊이 있는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는 것이다.
올로케이션 촬영에서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효과적이다. 사전제작 시스템의 1세대인 2008년 SBS ‘비천무’나 ‘도쿄 여우비’가 그렇다. ‘비천무’는 중국에서 올로케이션 촬영이 이뤄졌고, ‘도쿄 여우비’는 한일 합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꽤 많은 장면에서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변수가 많은 해외 촬영에는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전제작이 그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사전제작에는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 첫째다. 사전제작 드라마는 시시각각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지 못해 어려음을 겪기도 한다. 한 예로, ‘나쁜 녀석들’의 강예원은 OCN ‘나쁜 녀석들’에서 유미영 경감 역으로 등장했다가 혹평을 당했다. 그의 딱딱한 말투가 지적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1회가 방영된 시점은 이미 11부작 드라마 중 절반 정도가 촬영이 끝난 후였다. 강예원은 손 쓸 새 없이 그대로 촬영을 마쳐야 했다. 배우가 대중과의 소통 없이 촬영을 강행했다가 손 쓸 새도 없이 종영을 맞은 사례가 된 것이다.
2010년 MBC ‘로드넘버원’도 비슷하다. 당시 스펙터클한 전쟁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의 기대와는 달리 ‘로드넘버원’은 상당 부분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했고, 고증이 어설프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100% 사전제작된 탓에 이를 수정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드라마의 이장수 PD는 “일반드라마였다면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해 만드는 것이 옳을 수 있다”며 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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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로드넘버원 포스터 |
2014년 6월 방송됐던 MBC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는 출연 배우 전양자가 구원파 사태에 연루되면서 죽음으로 하차하게 됐다. 당시 ‘빛나는 로맨스’ 제작진은 여러 회차를 미리 찍어둔 탓에 전양자의 출연 분량을 몇 주간 그대로 방영해야만 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문제로 배우 출연이 어려워질 경우 사전제작된 드라마는 전량 폐기될 위험에 처해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전제작 드라마는 디테일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갑작스러운 문제에 대비할 수 없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과 시청자의 소통이 없어 ‘모 아니면 도’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위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가운데에서 절충안으로 채택되는 것이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다. 올해와 내년 기대작인 ‘태양의 후예’와 ‘사임당’이 반(半)을 넘어 ‘완전’ 사전제작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들의 성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