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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JYP의 수장이자 최근 ‘어머님이 누구니’로 돌아온 박진영은 1주일이 넘도록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타이틀곡 ‘다른남자 말고 너’로 컴백한 미쓰에이 역시 여전히 인기다. 4월 15일 일본에서 정규 4집(2PM OF 2PM)을 발매한 2PM은 오리콘 앨범 일간차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JYP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매출액 484억8247만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7.4%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2억 5663만원으로 전년 25억 5331만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당기 순이익 역시 78억 501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년에는 39억4488만원 손실을 기록했던 터다.
2013년 10월 비상장 JYP와 상장사 JYP Ent.가 합병하면서 매출액이 증가하고 손익구조가 개선됐다지만 숫자놀이가 전부는 아니다. 조직의 용틀임이 있었다. 시총 1조원, 가요계 빅3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박진영의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2011년 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립사 스티브잡스가 그 꿈을 퍼뜩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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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 '어머님이 누구니'로 8년만 1위를 했다. 예상했나
▲ 못했다. 사내 A&R·마케팅팀 등 15명이 모여 예상 순위를 맞추는 투표를 했는데 나는 2위를 적었다. 다만 곡의 완성도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투표에서는 94점을 받았다. 최근 3년간 JYP 곡 중 가능 높은 점수였다.
- 이른바 '팀킬' 논란에 휩싸였다. 미쓰에이가 1위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 요즘 2주 넘도록 차트에서 1위 하는 음원이 거의 없다. 내가 아니었으면 미쓰에이가 계속 1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흥행을 위해서 음악을 하진 않는다. 내 노래가 운이 좋아 하나 얻어걸린 거다.(웃음)
- JYP의 성공시대가 다시 열렸다
▲ 3년 정도 걸렸다. 크리에이티브의 시스템화. 창의적인 작업을 시스템화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즉 대량생산이 되지 않으면 시총 1조원 회사로 성장하기 어렵다.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본격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누군가 한 명의 카리스마와 감각으로 움직이는 회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겠다.' 내가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지 않나. 내가 곡을 덜 쓰고 신진작곡가 30여 명을 양성 중이다. 또 내가 참여하지 않는 프로젝트 여럿을 만들도록 했다.
기존에는 (나로 인한) 음악적 병목현상이 있었지만 그때부터 내 의사와 상관 없이 무조건 회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크리에이티브에서 다수결은 정답은 아니었다.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에서 또 한 번의 의사재편이 필요했다. 아울러 회사 식구들 모두 하지 않던 일을 하려니 우왕좌왕했다.
유니버설, 소니뮤직 등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크리에이티브를 시스템화하는지 정말 많이 공부했다. 물론 장점만 배우려고 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이 더 뛰어난 점도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한국 스타일로 구현해내는 과정이 힘들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절한 인재 배치가 이뤄지면서 자리잡은 것 같다.
- 한때 '빅3'에서 밀려났단 소리도 들었다
▲ 내 계획의 포커스는 2020년께에 맞춰져 있다. 지금 빅3 빅4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넘버원이었다가 나중에 빅100 되면 무슨 소용 있나. 내가 생각하는 길을 올곧게 가고 있느냐가 문제다. 순간의 달콤함에 빠지면 욕심이 생긴다. 욕심이 생기면 탈세도 하고 싶고 반칙도 하고 싶어진다. 목표를 길게 두고 가면 그러한 유혹에 빠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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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 난 과정을 중요시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헷갈린다. 내가 오늘 얼마나 올바르게 살았는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살았는가 이 두가지만 지키고 간다. 결과를 신경 쓰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잔다. 그래서 공황장애 걸리는 거다. 그건 내 통제 밖이지 않나. 불안한 심리를 너무 잘 잡아낸 게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다. 우리 직원들 보면 마치 주식하는 사람들처럼 그 그래프를 들여다보고 있다. 난 그렇게 못 산다.
그런데 사실 내가 아무리 과정을 강조해도 우리 직원들이나 언론 대부분 결과만 이야기 한다. '어머님이 누구니?' 결과가 좋다고 이야기할 뿐이지 지난 몇 년간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 박진영의 과정과 가치는 무엇인가
▲ JYP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영업이익이 올랐느냐 떨어졌는냐가 아니다. 탈세·탈법 유혹들로부터 우리 가치관을 지키고 재능 있는 친구들을 키우는 것이 내 행복이자 과정이다. 음악 방송 순위, 음원 사재기 의혹 등 지금 가요계는 내가 보기에 객관적일 수는 있어도 공정하다고 보기 힘든 결과다.
가요계뿐 아닌 우리 사회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권력을 쥐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나한테 이 게임을 유리하게 바꾸거나, 내가 고생했던 것을 떠올려 게임의 룰을 공평하게 바꾸거나. 대부분 자신한테 유리하게 바꾼다.
내가 당장 힘들지 않지만 신생 기획사에서 신인 가수 한 명 데리고 시작한다고 상상하면 끔찍한 현실이다. 이 게임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꾸려고 사방에 이메일도 보내보고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더라. '어어 그래야지' 하고 끝이다.
나도 변할까 두렵지만, 지금으로서 만약 내가 더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떠한 기록과 평가든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
- 해결 방법이 있나
▲ 다 말하긴 힘들고,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빌보드나 오리콘 같은 공신력 있는 차트가 필요하다. 시상식도 미국의 그래미어워드 같은, 대중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그러한 공정한 기록과 시상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각자의 셈법 때문에 방송 3사 연기대상 통합이 안되지 않나. 가요 시상식? 이렇게 바뀌었다 저렇게 바뀌었다 한다. 방송·음악계 힘 있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지낸다. 힘이 없으면 싸울 수 있는 판 자체가 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도 그러니까 집 사는 거 포기, 출산 포기 하는 거다. 20대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들에게 부지런히 올바르게 사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어른들이 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 박진영은 훌륭한 사람인가
▲ 노력 중이다. 너무 솔직해서 말 조심이 안 된다. 생각과 말 사이에 필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말 조심이 되지 않으니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 수밖에 없다. 행동 조심 말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정신도 몸도 건강해야 실제 마음 속 감정이 여과 없이 튀어나와도 그 말이 건강하지 않겠는가.
어른들의 표현이 정형화 되는 이유는 속내를 감추고 내 말이 적절한 것인지 자꾸 조심하다보니 그런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자꾸 참아서 그런 거다. 표현의 변비다. 생각이 다양하고 열린 것은 좋은데, 그 배경에는 당연히 올바름에 대한 중심이 있어야 실수가 없다.
- 가수 박진영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 팬들이 정말 고맙다. 내 팬들은 이제 다 사회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데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나도 갚아야 하지 않겠나. 60세가 되어서도 20대 때보다 더 춤 잘추고 노래도 잘하고 싶다. 팬들의 사랑을 이용해 편하게 산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내 하루 생활 역시 결코 편하지 않게 노력하며 살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드리고 싶다.
- 정규앨범은 언제 나오나
▲ 8곡 중 '어머님이 누구니'를 포함해 이제 2곡이 완성된 상태다. 나머지는 한 8월쯤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우리 또래 가수들이 설 무대가 '유희열의 스케치북' 외는 없어서 조금 슬프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방송 공기가 다르다. 한 방송 무대에 섰는데 중학생들 앞에서 '어머님이 누구니'를 부르려니 미치겠더라. 관객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뭐지? 뭐 어쩌라고' 이런 표정이었다.(웃음) 다음에는 차라리 '열린음악회'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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