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하 다시 돌아보는 일명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안방극장 속 가족들이 위기에 빠졌다.
짧은 시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불륜 및 갈등들이 앞서는 아침드라마와 현대의 가족상이 반영되기 어려운 사극을 제외하고, 현재 방송되는 약 스무 개가 넘는 드라마중 절반에 가까운 작품들이 출생의 비밀 혹은 불륜과 같은 문제에 당면한 ‘위기의 가족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 가족의 위기는 주말이 되면 더욱 심해진다. 평일드라마의 경우 가족의 이야기보다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트렌디함을 추구하고, 최근 방영되는 일일드라마의 경우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막장스러움’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 KBS2 ‘파랑새의 집’을 비롯한 MBC ‘여자를 울려’ ‘여왕의 꽃’ 그리고 SBS ‘이혼변호사는 열애 중’과 같은 주말드라마들은 출생의 비밀과 불륜과 같은 요소들이 하나 둘 씩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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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혼변호사는 열애 중’의 경우 주인공인 척희(조여정 분)와 정우(연우진 분)의 직업이 이혼전문 변호사인 만큼, 사건을 의뢰하는 부부들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어쩔수 없이 외도와 불륜과 같은 소재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다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파랑새의 집’이나 ‘여자를 울려’ ‘여왕의 꽃’ 들의 경우 겉으로는 ‘막장 없는 가족극’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요소들의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내겠다는 ‘파랑새의 집’의 경우 초반 “막장은 없다”는 지병헌 PD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극중 은수(채수빈 분)의 출생의 비밀을 극의 중심 갈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희(최명길 분)가 가족들 몰래 피가 섞이지 않은 은수를 자신의 딸로 키워 지완과는 남이라는 설정은 이미 알려진 부분이었지만, 갈수록 그가 태수(천호진 분)의 딸로 그려지는 점, 그리고 태수의 아들인 현도(이상엽 분)과 러브라인을 그리면서 막장의 향기를 솔솔 풍기고 있다.
‘여자를 울려’의 주된 갈등 중 하나는 불륜이다. 이 같은 분륜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은 바로 경철(인교진 분)이다. 아내인 덕인(김정은 분)을 놓고 재벌집 딸 진희(한이서 분)와 분륜을 저지른 후에도 죄책감은커녕, 도리어 덕인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옷을 벗겨 길에 내놔도 아무도 안 데려갈 당신 같은 여자랑 함께 보낸 내 젊은 시절이 후회스럽다”라는 독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여자를 울려’에서 나타나는 가족해체 현상은 덕인과 경철 부부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자살’이후 비뚤어진 아들 윤서(한종영 분)의 비행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진우(송창의 분)나, 부잣집 며느리 은수(하희라 분)와 홍란(이태란 분)의 대립은 건강한 가족상과 거리가 멀다.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와 그가 버린 딸이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여왕의 꽃’은 이솔(이성경 분)의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아들 재준(윤박 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악행을 저지르는 엄마 희라(김미숙 분)의 모습을 그리며 일상적인 가족에서 벗어난 가족상을 그려내고 있다.
주말 드라마 못지않게 일일드라마 속 가족의 풍경 또한 살벌하다. 지난 8일 종영한 KBS1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의 경우 혜리(지주연 분)의 출생의 비밀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녀를 버린 수연(이효춘 분)의 모습 등을 통해 자극적인 가족 간의 다툼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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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막을 내린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출생의 비밀과 자녀를 버린 모진 엄마, 불륜에 갑작스러운 죽음 등 온갖 자극적인 사건들을 총집한 시킨 작품이다. 친엄마의 며느리로 들어가려고 했던 백야(박하나 분), 아내인 은하(이보희 분)를 놓고 달란(김영란 분)과 로맨스를 즐기는 장훈(한진희 분), 올케를 괴롭히는 시누이에 윗동서인 백야에게 월권행위를 하는 아랫동서 선지(백옥담 분)까지, 아무리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해도 ‘따뜻한 가족상’이라고 보기 보다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비뚤어진 가족상’에 더 가까웠다.
KBS2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도 은별과 은비(김소현 분) 쌍둥이 자매의 출생의 비밀을 놓고 관심을 모았으며, MBC 수목드라마인 ‘맨도롱 또똣’ 역시 초반 주인공 정주(강소라 분)와 건우(유연석 분) 사이 출생의 비밀을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풍자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속 가족들 또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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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 달 동안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없이 긍정적인 가족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는 KBS2 일일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와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들 뿐이다. ‘당신만이 내 사랑’ 후속으로 편성된 ‘가족을 지켜라’의 경우 초반인 만큼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며, SBS 일일드라마 ‘달려라 장미’와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차여사’의 경우 점점 산으로 가는 스토리로 자극적인 가족의 모습들만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오늘부터 사랑해’의 경우 재입양 끝에 가족 구성원이 된 승혜(임세미 분)의 가족의 경우 크고 작은 사고들은 있지만, 결국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화해하는 인물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자극 없이 그려내면서 ‘보고 나서 기분 좋아지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물론 극중 가족들의 풍경이 화목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이시대가 원하는 좋은 드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핵가족에서 인원이 더 줄어든 자녀 없는 부부, 1인 가족 추세가 점점 늘어나고, 한 부모 가족, 동거 가족 등 갈수록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무조건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의 화목함만을 강조하는 것 또한 시대착오적인 풍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다루기 보다는, 지나치게 분노하고 갈등관계에 놓인 TV 드라마 속 가족들의 풍경이 가득하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달을 맞이해 안방극장 속 인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