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작품성 못지 않게 배우들의 호연으로도 빛이 난 드라마였다.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중견 배우들보다 TV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연극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이 덜 식상할 것 같았다”는 안판석 PD의 말처럼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신선한 마스크의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해 드라마의 재미를 더욱 잘 살렸다.
그 중 아이돌 출신 이준과 아나운서 출신 백지연은 의외의 수확이었다. 다른 배우와 태생이 달랐기에 연기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인 걸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입이 ‘떠억’ 벌어질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점이다.
이준은 작품에 합류하기 전 몸담았던 엠블랙을 탈퇴하며 진통을 겪었지만, 이후 훌륭한 연기력을 펼치며 아이돌 이름표를 말끔히 뗐다. 재벌2세로 우유부단하고 꼭두각시처럼 살아왔지만 서봄(고아성 분)을 만나 자아찾기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한인상 역은 마치 이준을 위해 준비된 캐릭터 마냥 잘 어울렸다.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여자 친구와 풋풋한 사랑을 나눌 때나 서봄의 임신 소식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불안해하는 장면에서는 미성숙한 한인상 그 자체였다. 28살이라는 실제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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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또한 30부작의 긴 호흡도 무난히 이끌어나갔다. 타이틀 롤이라는 무거운 짐을 맡겼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고, 상대역인 고아성과 찰떡같은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브라운관에 끌어들이는 데에 한 몫하기도 했다.
백지연도 이 작품이 캐낸 또 하나의 진주였다. 1987년 MBC 15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들인 후 간판급 여자 아나운서로 사랑 받은 그였기에 이번 배우 도전이 낯설었던 것은 사실.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 이외엔 얼굴을 비치지 않았기에 정극에 나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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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방송 캡처 |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긴 그의 연기력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얄미운 재벌 지영라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것. 표정이며 발음, 호흡까지 아나운서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출중했다.
특히 극 중 자신을 연모하는 한정호(유준상 분)를 일부러 유혹하며 그의 아내이자 오랜 친구 연희(유호정 분)를 약 올리는 연기는 전개에 있어 감초 구실을 했다. 또한 오랫동안 연기력을 갈고닦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이처럼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준, 백지연이라는 의외의 연기파 배우들을 발굴하며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안판석 PD의 호기롭던 의도가 딱 맞아떨어진 것.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두 사람이 또 어떤 신선한 충격을 던질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