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신 스틸러(secne stealer)는 직역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연기력이나 독특하 개성을 발휘하면서 주연 이상으로 주목을 받는 조연들에게 붙는 말이다.
원래는 개별 작품 속 배역·출연자에 대해서 쓰는 말이나 여러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즉 각각의 작품에서 신 스틸러 역할을 여러 번 했던) 조역 전문배우를 이렇게 부르는 일도 드물게 있다.
성동일, 조재현, 이경영, 고창석, 조정석, 류승룡, 라미란 등이 항상 신 스틸러 배우로 꼽힌다. 물론 이들은 ‘주연’이라고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단 1초를 나와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들임에 틀림없고, 이들에게는 늘 ‘신 스틸러’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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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이들 중 신 스틸러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준 사람은 바로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뮤지컬 배우로서 이름을 날렸던 것과는 달리 TV 드라마에서는 이렇다 할 파워를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한 방’에 신스틸러로 만들어낸 작품은 ‘건축학개론’이었다. 그는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극중 납뜩이는 재수생이라는 설명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영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등장하는 컷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 조정석은 납뜩이를 제대로 간파했고, 오히려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제훈, 배우지, 엄태웅, 한가인보다 조정석에 대한 관심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인지도는 물론이고 영화와 드라마할 것 없이 러브콜도 줄을 이었다.
고창석 역시 영화 ‘의형제’(2010)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단연 신 스틸러로서 입지를 굳혀갔다. ‘의형제’에서는 베트남을 리얼하게 연기했고, ‘영화는 영화다’에서 영화감독 역할을 맡았다. 실제 한 영화에 참여해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진짜 영화감독 아니냐” “진짜 베트남 사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였다. 그만큼 캐릭터를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배우다.
앞서 언급했던 이름만 들어도 신 스틸러라는 호칭이 붙는 배우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신 스틸러들도 눈길을 끈다.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가수 조관우는 처음으로 영화에 차며했다. 그는 조악사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충무로의 새로운 밉상’으로 떠올랐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자신의 출연 분량에서는 확실히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머무르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위험한 상견례2’에서도 주연을 넘어설 정도로 조연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주인공인 영희(진세연 분)의 언니이자 강력계 형사인 김도연은 새로운 ‘여자 신스틸러’의 발견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감칠맛 나는 사투리에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까지 더해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영화 시사가 끝난 후 관계자들은 “제2의 라미란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