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한 작품에서 조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주연에게 가 있을뿐더러, 차지하는 분량 역시 주연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눈에 각인됐다는 것에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신 스틸러의 등장은 영화계를 넘어 문화 예술의 발전에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신 스틸러’라는 단어의 남발은 이러한 발전에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연, 혹은 단역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식어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들에게는 신 스틸러만큼 좋은 홍보 수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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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목적이었지만 실제 작품에서 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배우라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 홍보에서 그친다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한 홍보 관계자는 “사실 신 스틸러만큼 좋은 홍보 수단은 없다. 대중들에게 ‘신 스틸러’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조연, 혹은 단역 배우에게 이러한 수식어를 붙여주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를 홍보용으로 남발하다 보면 진짜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진짜 신 스틸러라고 칭할 만한 배우들에게 이 수식어가 돌아가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신 스틸러라고 부르는 배우들은 그만큼의 내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넘버 3’에서 강도식 역할로 출연한 안석환의 경우는 아직도 관객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눈길을 끄는 배우 박철민, 같은 영화에서 전매특허 입담을 선보인 유해진, ‘신라의 달밤’에서 걸쭉한 입담을 선보인 성지루 등은 매번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이 배우들이 꾸준히 신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내는 데에는 이들이 단순히 캐릭터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명 연극배우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내공이 영화 속에서 빛을 발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극의 전체적인 균형을 놓고 보면 오히려 파급력 있는 조연들의 등장이 악역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연기 내공이 약한 젊은 주연을 내세운 로맨스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인데, 주연배우들의 힘이 떨어지면서 조연군단이 돋보이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이야기가 주연들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흘러가면서 조연들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조명을 받은 것은 납뜩이 역할의 조정석이었지만, 영화 자체로도 흥행하면서 주·조연은 물론 영화까지 주목을 받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최근 개봉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2’에서는 주연 배우인 홍종현과 진세연이 아닌 조연 배우들이 관객들의 호흡을 이끌어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위험한 상견례2’의 경우가 바로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으면서 극의 균형을 잃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빼어난 연기를 자랑하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말 할 것도 없었고, 익숙하지 않은 조연배우에게 ‘새로운 신 스틸러의 발견’이라는 평이 주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주연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영화 전체적으로 좋은 평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결국 누이 좋고 배우 좋은 신 스틸러가 되려면 배우 개인의 역량은 물론, 주·조연이 조화를 이루며 극의 균형을 깨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