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무더위가 찾아올 쯤 안방극장에는 섬뜩한 비주얼을 가진 귀신들이 찾아왔다. 한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설부터 특정 무언가를 둘러싸고 퍼졌던 괴담 등 ‘납량특집’ 대문을 건 다양한 작품들이 안방극장에 수를 놓았다.
더운 날씨에 더욱 구미가 당기는 공포물. 다시 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납량특집’ 시리즈를 되짚어보며 이불로 눈을 반쯤 가리고 TV를 시청하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해보자.
◇ 귀신하면 ‘전설의 고향’
1977년부터 방영된 KBS ‘전설의 고향’(1977)은 한반도 지역에 걸쳐 전해지는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바탕으로 제작된 고전 형식의 드라마다. 다채로운 전통 이야기를 드라마로 각색했던 ‘전설의 고향’은 1989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여름을 책임져 온 대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여름철에만 한정적으로 제작돼 안방 문을 두드렸으며, 2008년부터는 CG를 더해 재미와 공포심을 두 배로 자극했다.
‘전설의 고향’에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주얼을 가진 다양한 귀신들이 등장했다. 특히 단골손님이었던 구미호부터 “내 다리 내놔”를 외치던 귀신, 한이 서린 여인 귀신, 금서 귀신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 초록 눈에 남자 목소리까지 ‘M’
1994년 방영됐던 MBC ‘M’을 떠올린다면 심은하, 초록 눈, 남자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M’은 메디컬 스릴러라는 장르와 ‘낙태’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공포 스릴러 드라마로, 배우 심은하, 이창훈, 김지수 등이 출연했다.
당시 메디컬 스릴러와 낙태라는 소재의 만남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여기에 청순의 대표주자였던 심은하가 악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작품의 인기를 배가됐다. 극 중 심은하는 귀신이 몸에 들어왔을 때 초록색 눈과 남자 목소리를 내며 섬뜩함을 자아냈다.
◇ 독거미의 공포, ‘거미’
배우 이승연, 이경호, 지수원, 박은수 등이 출연해 열연했던 MBC ‘거미’(1995)는 납량특집으로 방영됐던 작품 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특히 이승연이 1인 2역을 소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살인 사건은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살인 거미에 의한 죽음이 도시 전체를 공포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거미’는 당시 독거미를 소재로 안방극장을 공포 분위기로 물들였었다.
◇ 스티커 사진 귀신이 대박! ‘어느날 갑자기’
‘어느날 갑자기’는 1998년 SBS를 통해 방영됐던 납량특집 드라마다. 8부작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루었던 ‘어느날 갑자기’는 1995년 책으로 출간된 유일한의 공포 소설 ‘어느날 갑자기’를 드라마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다양한 에피소드 중 ‘대박’으로 꼽히고 있는 에피소드는 바로 스티커 사진 귀신이 등장했던 에피소드다. 당시 스티커 사진 속 귀신으로 등장했던 배우 이나영은 큰 눈에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완벽한 비주얼을 뽐내 화제를 모았다.
◇ 초능력이 이렇게 무서웠나? ‘RNA’
KBS ‘RNA’는 2000년 방영됐던 납량특집 드라마로, 세미(배두나 분)이 수술 후 세 개의 인격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초능력과 공포의 만남은 꽤나 신선했었다.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배두나는 일본인 박사에게 수술을 받고 나서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섬뜩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머리카락이 뻗어 나오는 장면은 ‘RNA’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 번외 편-‘토요미스테리극장’ ‘이야기 속으로’
‘납량특집’하면 드라마 외에도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은 바로 SBS ‘토요미스테리극장’(1997)과 MBC ‘이야기 속으로’(1999)다. 당시 믿어지지 않는 일들의 실체를 파헤치고 개인의 특별했던 체험을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에피소드를 선사했던 두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회상되고 있는 추억의 프로그램이다.
‘토요미스테리극장’은 으스스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지만 권선징악의 교훈도 남고 있어 더욱 인기가 높았다. 목격담이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큐 형식으로 제작됐던 이 프로그램은 ‘리얼’을 강조해 그간 방영됐던 납량물과 차별화를 두었다.
‘이야기 속으로’는 재연와 인터뷰 등 다양한 코너 형식을 첨가해 ‘토요미스테리극장’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그동안 화제가 되어 풀리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를 비롯해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재현을 통해 선보이며 여름 밤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