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이 등장한다. 라일리가 아기 때부터 함께 한 이들은, 라일리를 위해 숨 가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고,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라일리는 웃기도 하고, 고민을 한다.
하지만 라일리의 핵심 기억을 지키려던 기쁨이와 슬픔이는 실수로 본부를 떠나게 되고, 라일리는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라일리의 꿈 제작소, 기억의 쓰레기장과 빙봉 등을 만나게 되면서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정말 ‘인사이드 아웃’처럼,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감정들이 있는지, 또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연세주니어 신원철 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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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영화에서 감정에 대해 적절히 잘 비유한 것 같다. 감정이라는 것이 어느 단계부터 형성돼 있다고 생각하는가. 단세포 생물도 감정이 있다. 주광성, 혐기성이 있는 것처럼 어떤 쪽으로 향하거나, 피하는 것 역시 결정의 기초, 즉 감정의 뿌리라 할 수 있다.
뇌를 이야기 할 때 트라이윤(triune)시스템, 즉 삼위일체로 본다. 생존을 담당하는 뇌간(=척수)가 있고, 원초적인 감정뇌라고 하는 변연계(=파충류의 뇌), 종족을 케어하는 감정 포유류의 뇌가 있다. 파충류의 뇌는 남을 케어하는 감정이 진화론적으로 발달하지 못했지만, 포유류의 뇌는 케어가 생존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5가지 감정이 나오는데, 사실 더 좀 더 본능적이거나 좀 더 고차원적인 감정이 있을 수 있다. 슬픔이나 기쁨은 없어도 생존에는 큰 영향이 없다. 두려움이 없으면 위험한 짓도 얼마나 많이 할 수 있으며, 분노가 없으면 계속 착취당할 수 있다. 불쾌하고 싫은 데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Q. 그러면 기쁨, 슬픔, 소심 등의 감정 말고도 다른 감정이 있을 수 있나요?
기본적인 감정이 믹스되거나, 섬세하게 분화될 수 있다. 뿌듯함, 자랑스러움, 쑥스러움 등도 감정 아닌가. 학자들이 ‘기본 감정’이라고 해서 뼈대를 잡아 놓고 뼈대감정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Q.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를 떠나고, 라일리가 집을 나가는 결정까지 하게 되요. 감정이 이렇게 결정을 좌우하게 되는 건가요?
물론이다.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회적 눈치파악이 안 좋은 사람들, 즉 오해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감정상태에 때라 오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상황을 접할 때도 기분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을 천차만별이다. 판단의 컬러가 감정의 컬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 진실이라 할 수 없지만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감정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감정이 없는 상태, 즉 심한 우울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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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에서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동그란 원 안에 있으라고 하는 등 슬픔이게 뭘 못하게 한다. 실제 그렇게 아이에게 하는 부모도 있는데,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괜찮아’라는 말로 감정을 억제하면, 나중에는 슬픔이라는 감정과 맞닿았을 때 잘 알지 못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욱하게 되거나, 불편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황 장애라던지 화병같이.
하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을 딛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부모와 함께 체득하게 되면, 슬픔이 함께 하면 해결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에는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말 슬픈 일이 있을 때 놀면서 풀어주는 친구보다 같이 울어주고 술 한 잔 기울어지는 친구가 더 와 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Q. 그러면 극 중에서 빙봉이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A. 빙봉이를 봐서는 라일리가 마냥 건강하게 자란 아이인 것 같지는 같다. 상상의 친구는 리얼리티에서 불만족스러워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웃집 토토로’ 자매도 안타까운 것이다. 얼마나 엄마가 사무쳤으면 고양이 버스를 타고 엄마를 보러가고, 판타지에서 대리만족을 느낄까.
극 중 빙봉이 계속 함께 하지 못하지만, 라일리가 현실에서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만족할 수 있으면 된다. 라일리가 초반에는 기쁨만 부모와 함께하고 마냥 씩씩한 행동만 하지만 결국에는 슬픔까지 공유하게 되지 않는가. 이로써 라일리는 성장한 것이다.
Q. 꿈이 형성되는 과정은 어떤가요. 극에서는 ‘꿈 제작소’라고 해서 하루 있었던 일이 나타나고, 필터링을 끼우던데
A. 프로이드가 말하길, 꿈은 소망과 낮에 있었던 잔재들이 들어간다고 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느낀 것들의 핵심적인 뭔가, 즉 핵심 기억과 내 소망이 함께 섞여서, 무의식이 허락해주는 선에서 이뤄진다. ‘인사이드 아웃’의 꿈 제작소는 리얼하게 내 무의식을 연기하지만, 이것이 꿈인지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 필터링을 끼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핵심’을 필터링을 통해 가린다고 할 수 있다.
Q. 장기기억장소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인가요?
A. 있다. 뇌세포 많이 경험할수록 빨라지고 이게 곧 기억이다. 더해서 단백질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연결고리가 생기고 나면 회로는 빨라진다. 물론 오래 불러내지 않은 기억은 도태된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길에 풀이 안 나다가, 안 다니며 다시 풀이 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Q. 보통 인격의 형성이 라일리처럼 유년시절에 전부 형성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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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전 아이들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지 않아서, 암묵기억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뇌는 골고루 기억하게 돼 있지만, 아이 때는 암묵기억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핵심기억처럼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 중에서는 핵심기억이 동영상처럼 나오지 않는가. 정말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핵심기억도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꺼려지거나, 그렇지 않은 감정이 드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한 번의 경험이지만 강한 감정의 기억이기에 암묵기억에 들어간 경우고,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반복되면 암묵기억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때문에 어렸을 때 부모와의 인간관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선입관이 생길 수 있고, 선입관은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Q. 영화에서 정말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있었나요?
A. 극 중 라일리는 행복하고 잘 자란 아이인데, 몇 번의 감정으로 인해 가족섬, 우정섬, 하키섬이 무너진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는 없는 것인데 영화적으로 스펙터클하게 다룬 것 같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감정섬이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리얼하게 느껴진 것은 모두, 정말 재밌게 봤다. 분노, 공포 같은 감정은 좀 더 본능적이라 빠르지만, 즐겁거나 케어하는 감정 등은 느릴 수밖에 없다. 인도에 있을 때 차 소리를 듣고 움츠려들거나, 공포영화를 볼 때도 생존시켜야 한다는 본능이 먼저 전해진다. 때문에 정확보다는 신속성이 중요하고 ‘리얼이다 아니다’를 깨닫기 전에 일단 피하고, 이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감정도 캐릭터에 잘 묻어난 것 같아 더 재밌었다.
최준용 기자, 김진선 기자, 김성현 기자,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신원철 전문의 http://www.happyjuni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