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본명(백종열)이 있지만, 영화를 만들 때는 ‘백감독’ 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CF를 찍거나 다른 때는 몰라도 영화를 할 때 만큼은요”
백감독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로 영화감독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몽환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멜로, 판타지지만 공감이 가는 그의 첫 작품 때문에 그래서 인지, 백감독이 하나의 이름처럼 입에 착착 감겼다. 앞으로 그의 작품에 기대가 되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섬세하면서도 고집이 느껴지고, 자연스럽지만 그 뒤에는 백감독 만의 설계도가 있었다. 큰 숲을 그린 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적재적소에 놓은 듯, 백감독에게는 그 만의 확실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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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디자인=이주영 |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123명의 우진이 출연했고 그 중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 21명이 이수(한효주 분)의 상대역이 됐다. 수많은 우진이라는 인물이 있지만, 모두 한 인물 같이 보이는 데는 배우들의 몫이 컸다. 거기에 각각의 상황마다 적확하게 이미지가 맞는 배우가 출연하니, 극에 대한 몰입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백감독은 “여자사람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취재를 많이 했다. 각각의 설정에 대해 말하고 그 반응을 물어봤다. 느닷없이 청혼을 한다거나, 갑자기 관계 진도가 나가거나 할 때 등에 대해서. 사랑한다는 전제 질문을 던지고 그 반응을 살폈다”고 말했다. ‘뷰티 인사이드’가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의 이야기가 베이스일지도, 관객을 움직이고 마음을 동요시키는 데는 ‘판타지’일지라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은, 판타지일지라도 우진과 이수, 둘의 사건이나 흐름이 현실에 닿아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봤을 때 ‘저런 상황이면 나라면’이라고, ‘어떻게 하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길 바랐다. 우진이 바뀌는 모습을 이수가 본다고 하지 않나. 그 장면 역시 CG를 쓸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더라. 판타지임에도 현실에 발을 딛고 상황을 봤다”
때문에 ‘뷰티 인사이드’는 판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장면 한 장면 이수가 되기도 우진이 돼 그들의 사랑스러움과 안타까움을 공감할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의 눈빛은 ‘뷰티 인 사이드’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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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디자인=이주영 |
“눈빛은 배우 본인들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니(웃음). 배우들을 각각의 위치에 포진시키는 것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물론 캐스팅이 난항이긴 했지만,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극 중 시시각각 변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로 짧기도 하지만, 그 만큼 진하다. 김상호는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애절한 눈빛으로 우진의 깊은 마음을 짧은 시간 안에 깊게 느끼게 만들었다.
“나 또한 김상호한테 놀랐다. 멜로기도 하고, 달콤함이 끝난 뒤 당황한 모습이 정말 애절하게 잘 표현됐다. 정말 김상호의 눈빛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정말 눈빛이 애절하지 않나. 극 중 김상호의 대사가 없다. 그가 지하철에서 일어났을 때 관객들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우진 마음이 어떨까’라는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
백 감독은 김주혁의 장면도 언급했다. 그는 “김주혁 컷은, ‘정말 썰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롱테이크로 갔다. 정말 기분 좋게 잘 찍혔다”며 “우진이 처한 상황에 감정 이입이 중요하고 이상적인 몽타주가 있지만, 원작에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먹먹한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상호와 김주혁의 눈빛도 애절하지만, 차가운 듯 슬퍼 보이는 서강준, 이성인 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천우희, 외국인이 된 우진은 우에노 주리 등 21명은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빛으로 한 사람의 목소리를 낸다.
이 같은 목소리는 더 없이 예쁜 장면으로 살아나, 배우들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CF 감독을 했기에 아름다운 화면을 잘 잡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백감독은 “성격의 문제”라고 답했다.
“소품이 비치되거나 배우에게 전달되는 어떤 소리를 만드는 것을 많이 고민하지 않나. 성격의 문제다.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각이 있다. 그 사람이 잘 표현되는 그런 각. 난 이왕이면 그 사람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백감독의 말대로 극에는 배우들의 장점이 잘 묻어났다. 특히 ‘뷰티 인사이드’의 이수 역은 한효주 말고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꼭 맞추어진 퍼즐이 들어맞은 것처럼. 이에 대해 백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효주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작업도 해서 아는데. 성격이 남자들이 좋아하는 성격이다. 실제로도 이수처럼 착하고 털털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한 작가로 바꿀 정도로 작품에 공을 많이 들이더라. 직접 글을 써오거나 자기 생각을 가져왔다. 한효주의 말이 맞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작품에 반영이 많이 됐다. ‘한 작가’이자 ‘한 배우’인 셈.”
결국 ‘뷰티 인사이드’는 내면의 아름다움, 소울 메이트 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수가 입을 맞추는 등의 장면은, 그야말로 ‘비주얼’이 좋은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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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물론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겉모습이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극중 며칠을 기다렸다 박서준이 돼 이수를 만나러 간다. 또 이진욱이 자신의 운명을 노력으로 바꿔 객관적으로 좋았을 때에 나타나지 않나. 배우들이 잘생겨서 그 매력이 있는 것이 맞다. 러브신도 데이트 시작도 그렇긴 하니 말이다. 우진에 입장에서도 서강준으로 나왔기 때문에 장난을 친 것일 테고. 로맨스 폭발에 감정이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수와의 로맨스 장면은 물론 멋진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 또한 우진의 고민이었고, 우진이 이수를 위해 자신 만의 마음표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이 같은 판타지에 로맨스 작품이지만, 백감독은 관객입장에서 억지스런 부분은 배제하게 하려고 했다.
“이수의 정신과 상담 내용을 우진 알게 할까 말까 고민했다. 정신과 전문의를 몇 분 만나서 물어보니 본인 외에는 상담 내용은 타인에게 절대 오픈할 수 없다고 하더라. 진료 상황을 우진이 문틈으로 알게 하는 상황은 너무 뻔하지 않나. 이수가 복용한 약이 건망증이 생기고 기면증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 점과 이수가 상담을 녹음하는 것으로 전개를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자칫 흐트러질 수 있고 어수선할 수도 있지만 ‘뷰티 인사이드’가 극의 흐름에 맞게 감정선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백감독의 탁월한 결정이었다. 백감독은 “숲을 그리고 나무를 그렸다. 도드라지는 나무를 주의하면서 숲 관리를 했다”고 설명하며 “엔딩신은 공을 많이 들였으니 더 관심있게 봐주시길”이라고 힘 있게 전했다. 123명의 우진이 나오지만, 백감독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까.
“극 중 헤어지는 전조가 되지만, 서강준이 친 장난을 실제로 많이 쳤을 것 같다. 상대방이 짜증을 내던지 말든지 말이다(웃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