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배우 임현성은 지난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쉬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조연·단역 할 것 없이 연기에 푹 빠져 살았다.
그가 열연한 작품은 드라마 11편, 영화는 무려 23편이나 된다. 특히 하정우가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부터 ‘비스티보이즈’, ‘롤러코스터’, ‘군도, ’허삼관‘까지 그의 작품에 빠짐없이 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이름보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였다.
임현성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신분을 숨겨라’에서는 주연을 맡아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쉴 새 없이 뿜으며 수사 5과의 비타민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작은 역할이지만 힘 있는 연기로 드라마의 중요 매듭 하나를 책임졌고,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덕분에 요즘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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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자리인 것 같은데, 매 해 저를 알아보시는 분이 늘고 있어요. 굉장히 소수지만 제가 어디에 나오는 누군가를 아는 마니아층이 있더라고요. 요즘은 아파트 단지 분들이 ‘텔레비전 나오더라’고 저를 보며 반가워해주세요. 지금도 유명한 건 아니지만, 매해 나아지고 있으니 좋아요. 인지도로 일희일비, 그걸로 인해 제 심리를 괴롭히진 않으려고요.”
임현성은 극중 브리핑 업무를 도맡아 하는 진덕후로 분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기에 어떻게 하면 귀에 정확하고 잘 들릴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보며 감정을 빼는 연습에 집중했고, 하다 보니 연기의 폭도 더 넓어졌다고 한다.
“그동안은 작품 시작 전에, 내가 어떤 캐릭터를 잡고 연기를 할지가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역할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건조하게 대사를 이어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서 대사 외우기에 급급하기도 했어요. 하하.”
배우의 길을 택한 이상 매번 새로운 역할에 대한 적응과 기다림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선택을 받아야만 배우의 삶을 이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임현성은 이 모든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연기에 입문한 20대 초반부터 “끝을 보자”고 다짐하며 걸어온 시간이 17년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연극을 보고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연기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한 뒤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았어요. 아무리 배우라는 직업이 힘들어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한번 끝을 보자’고 결심했죠. 몇 년 전에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도 ‘배우를 그만둬야하나’는 생각보단 배우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발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행인 건, 단역이든 조연이든 촬영장을 향하는 날이 꾸준해서 슬럼프를 잘 넘긴 것 같아요.”
긴 무명시절을 겪은 만큼 어려운 고비마다 그에게 탈출구가 된 것은 역시나 연기였고, 지인들의 격려였다.
“하정우 형은 제가 힘들 때 제일 많은 얘길 들어줬어요. 중앙대학교 한 학번 차이인데도 큰 형같이 조언도 해주고 힘이 됐죠. 낮에 형 집에 놀러갔다가 깜깜해져 나올 때도 많아요. 그렇다고 특별히 주제를 갖고 얘기 하진 않아요. 저는 소파에 누워있고 형은 그림 그리고, 같이 TV도 보다가 그냥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거 에요. 형이 한번은 저에게 ‘네 스스로를 네가 아끼고, 강박관념을 갖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말라. 자유롭게 살라’고 하더라고요. 나를 가장 잘 아는 형이어서 그때 그 조언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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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익숙해도 이름은 낯선, 무명 아닌 무명의 시간에도 임현성은 배우의 길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어릴 땐,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세상 탓도 해봤어요.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내 스스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 뿐 이지, 탓 해봐야 바뀌는 것도 없어요. 지금은 모든 게 감사해요. 이렇게 건강히 살 수 있는 것도 감사하죠.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도 행복한 날 있었을 거 에요. 대신 제가 배우라는 업을 선택한 이상, 후회하지 않고 쭉 밀고나가자는 게 제 신조에요. 임현성이라는 배우는 옆집에 살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이미지잖아요. 그런 역할을 제일 잘 하기도 하고, 오래도록 그런 배우로 남는 게 목표예요.”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중요시하는 배우. 앞으로도 꾸준하게 연기를 놓지 않을 임현성이란 배우의 이름을 미리 기억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