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개그우먼으로서 ‘예쁨’을 버린 지 오래, 쉽게 도전하기 힘든 과감한 분장과 거침없는 ‘섹드립’으로 많은 팬들을 웃겼던 안영미가 달라졌다. 연출 아닌 연출자의 자세로, 그동안 자신이 올랐던 주인공의 무대가 아닌, 그 자리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스포트라이트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팀을 위한 배려라고 할까, 조금은 철이 든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고 망가짐을 버린 것은 아니다. 분명 망가지고 웃기기는 한데, 이전에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침착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먼저 정상에 올랐던 개그우먼 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층 성숙해진 배려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이기적이었어요. ‘나만 돋보여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싶어서. 이전까지 개인주의가 강했다면, 이 나이와 경력이 되니 주위를 아우르게 되더라고요. ‘이 역할은 네가 어울리겠다. 내가 받쳐줄게’ 이런 느낌이랄까요. 책임감이죠. 예전에는 ‘나만 잘 하면 돼’였는데, 이제는 우리 공연 자체가 잘 돼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 사진=CJ E&M |
갑자기 사람이 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달라졌다고 말을 했더니 이에 대해 안영미는 ‘휴식을 통한 되돌아봄’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일을 쉬었어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데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아 쉬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지금까지의 걸어온 길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휴식 중에 ‘드립걸즈’ 시즌3를 보러 갔었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항상 무대만 서 있다가 관객의 입장에서 보니 ‘아 내가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나만 튀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조금 더 성장하게 됐고, 그만큼 제게 좋은 기회가 왔죠. 이상하게도 잘되면 잘 될수록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과 똑같이 해 버리면 ‘진짜 안영미 떴다고 거만하다’ 이런 얘기가 들릴까봐 더 고개를 숙이고, 또 더 베풀게 된 것 같아요.”
달라진 계기에 ‘열애’의 영향은 없는 것일까. 사랑 때문에 조신해 진 것은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물었더니, 안영미는 기다렸다는 듯 “아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단순히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는 앞선 휴식과 성숙을 통해 안영미가 배우게 된 또 다른 이름의 ‘배려’였다.
“제가 사실 댓글이라든지 사람들 시선 등에 신경을 잘 안 썼어요. 누가 뭐라 하던 제 식대로 살아왔는데, 연애 기사가 나갔을 때 댓글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남자친구 불쌍하다. 어떻게 안영미와 만나’더라고요. 그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 했었구나’는 걸 알게 된 됐고, ‘이것밖에 되지 않는 여자와 만나는 남자’가 된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지더라고요. 단순히 나를 위해서,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자친구를 위해서라도 조심해야겠구나 싶었죠.”
그렇다면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 생각이라도 있는 것일까.
“사실 기자간담회 당시 보여주었던 ‘정착하자’ 부채도 남자친구가 사준 거예요. 물론 결혼을 하면 좋지만, 양가 부모님에 인사한 것도 아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제 사귄지 5개월 밖에 안 됐다는 거예요. 그와 뭐 대단한 걸 하겠다 이건 아니고 다만 살아온 방식대로는 살지 말자 하는 거죠. 저도 여자 연예인인데 ‘저 쓰레기랑 어떻게 사귀지’ 이런 말만은 듣게 하지 말자, 이거죠.”
↑ 사진=MBN스타 |
아무리 그래도 ‘섹드립’의 대가 안영미의 ‘섹드립’을 포기하다니, 어떤 의미로는 아쉽다. 혹시 개인적으로 아쉽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안영미는 “개그의 한계를 넘고 싶다”고 답했다.
“조금 더 대중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싶어요. 섹드립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웃길 수 있으며, 귀엽게 ‘저도 여자입니다. 저도 약한 모습이 있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거죠 그동안 ‘가슴댄스’ ‘안부선’ 캐릭터 등을 통해 19금 개그를 많이 선보였는데, 개그적인 한계를 깰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을 뿐이지, 사실 이러한 개그를 무조건적으로 선호하고 좋아했던 것은 아니에요.”
“야하지 않아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안영미는 오는 9월 tvN ‘SNL 코리아’에서 크루로 합류한다. ‘뭘 좀 아는 어른들’을 표방하는 ‘SNL 코리아’는 19금 수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프로그램이다.
“‘SNL 코리아’에서도 이제 야한 느낌을 안 주려고 해요. 아줌마 역할이라든지 안 했던 역할을 하고 싶고, 또 그런 역할을 시켜주시더라고요. 야하지 않아도 안영미는 웃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 안영미가 속한 ‘드립걸즈’ 골드팀 공연사진 / 사진=CJ E&M |
‘드립걸즈’의 원년멤버였던 안영미는 시즌3에서 한 번 쉬고 시즌4에 다시 돌아온 만큼 의욕이 남다르다. ‘드립걸즈’의 총 100회 공연 중, 안영미가 속한 골드팀은 총 40회의 공연을 담당하게 됐다. ‘SNL 코리아’에 ‘드립걸즈’ 공연, 그리고 tvN ‘코미디 빅리그’까지. 바쁜 스케줄이다.
“저도 아차 했어요. 처음에는 남들보다 10회 더 하는 것이 뭐 했는데, 살펴보니 저는 하루도 못 쉬더라고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 운동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자제했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셨다면 이제는 내일을 생각하게 됐다고나 할까요.(웃음)”
1년을 쉰만큼 안영미는 바쁘게 움직일 생각이다. 쉬는 동안 몸이 근질거렸다고 말하는 안영미의 장기적인 플랜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계가 없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요. 저는 그냥 안영미에요. 저에 대한 한계와 관념들을 깨뜨리고 싶어요. ‘드립걸즈’ 역시 깨뜨림의 연장선이에요. 이전에는 꽁트나 짜인 연기만 했다면, 무대 위에 올라 즉흥적으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호흡하는 거죠. 전에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니까 되잖아요. 저는 이 일이 좋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개그를 계속 하고 싶어요.”
‘드립걸즈’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전보다 실속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는 거예요. 정말 많이 노력한 것도 있고, 시즌1~2때는 안영미 독주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웃기는 파트도 골고루 분배돼 있어요. 골드, 블루, 레드, 팀마다 매력이 다 달라요. 질타를 하시더라도 직접 보시고. 좋은 말이든, 따끔한 말이든, 응원의 말이든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