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김무열. 그는 신세대 사랑꾼이다. 그의 아내이자 배우 윤승아는 김무열이 어디를 가도 언급이 되는 그림자 같은 존재. 배우로서 이게 싫을 법도 하건만 김무열은 개의치 않다. 오히려 그는 말한다. “결혼한 남자도 배우할 수 있어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지난 달 9일 종영한 OCN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주인공 김도형에서 조금은 빠져나온 듯 했다. 드라마 속 김도형이 보인 날카로운 눈매, 꾹 다문 입술과는 다른 ‘순둥이 매력’이 가득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김무열은 이에 대해 “종영한 게 믿기지 않는다. 몸도 드라마를 기억하는 모양”이라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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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아름다운 나의 신부’ 속에서는 계속 인상 쓰고 목소리를 깔았다. 애드리브도 치고 싶었는데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도 못했다.(웃음) 액션은 제가 직접 했는데 비보이 춤의 시초가 된 카포에라라는 기술을 응용했다. 카포에라를 예전에 배운 건 격기에도 관심이 많았고,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무술감독님을 만나서 이번 기회에 카포에라를 아주 제대로 이용해서 치고 박고 맞고 때리고 다 했다.(웃음)”
김무열은 “함께 출연한 박해준 형은 10바늘 이상 꿰맸다”고 말하며 박해준, 조한철 등 드라마에 출연한 모두가 정말 많이 다쳤다고 회상했다. 정작 가장 액션신이 많았던 김무열 본인은 가장 크게 다친 게 “담 걸린 것”이란다. ‘빵’ 터진 취재진에 김무열은 “담 걸려도 엄청 아프다”고 쩔쩔 맸다. 와이어 액션을 하다 쓸린 상처들은 고스란히 ‘아름다운 나의 신부’ 장면에 담겼다. 촬영 중 생긴 멍과 흉터가 김도형을 완성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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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저도 상처는 많이 났다. 그런데 아프고 싶어도 아프지를 않더라. 체질인가.(웃음) 초반에 와이어 액션을 하다 쓸린 상처들을 입어 칼잡이들에게나 있을 법한 흉터가 생겼다. 이게 나중에 뒷모습으로 다 나왔다. 사실 아픈 것보다 아내(윤승아)에게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런데 비하인드 영상으로 제가 다친 게 다 나와서 들켰다.(웃음) 배우가 몸 아껴야 하는데 함부로 썼다고 아내에게 무지 혼났다.”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절규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다. 그 처절한 마음이 담긴 감성과 끝도 없이 적들과 부딪히는 액션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주인공을 연기함에 있어 감정과 액션 모두 최대치를 써야 하기 때문에 김무열에게는 분명 고된 작업이었을 터.
“드라마에 액션과 감정선이 적절하게 포진돼 있었다. 하지만 매 회에 액션을 두세 번 찍으려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16회 동안 액션을 하는 이유가 감정이었기 때문에 그 감정선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는 것도 신경 쓰였다. 피 떡칠을 하고 비는 엄청 내리고 그 와중에도 맞는 장면인데 그 순간에도 감정을 살려야 했다. 때로는 디테일한 감정을 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30대가 돼 이런 액션 드라마의 주인공을 하려니 힘들긴 하더라. 박해준 형이 ‘드라마 주인공은 20대나 하는 거야’라고 했는데 진짜인가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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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런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결말 부분에서 시청자들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김도형이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고 죽을 고비를 넘긴 채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흐름상 새드엔딩이 여운을 줄 법했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말이었다. 김무열은 이에 대해 “저도 새드엔딩을 기대하긴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저도 제가 장렬히 전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장 박동이 살아나는 걸 보고 조금은 실망했다.(웃음) 하지만 김도형은 목적이 사랑 하나였던 사람이기 때문에 큰 그림을 봤을 때 흐름이 아쉽거나 한 건 없었다. 무엇보다 제가 정말 감정을 눌러 담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다른 배우 분들이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라 잘 받쳐줬다. 저는 그래서 주변에 ‘우리 배우들 다 연기 잘해서 좋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다른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부분은 그냥 마음 놓고 했다.”
이번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김무열이 제대한 후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제대 후 뮤지컬 ‘킹키부츠’ 영화 ‘연평해전’에 이어 곧바로 ‘아름다운 나의 신부’까지 질주했다. 쉴 틈 없는 김무열에 혹자는 “결혼 후 상승세를 탄 배우 베스트3”으로 꼽기도 했다. 이런 평가가 김무열은 만족스럽다 했다. 그는 ‘유부남 배우’라는 것에 평소에도 깊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연예인, 배우에게 결혼이라는 건 어찌 보면 ‘배우의 종지부’를 찍는 의도치 않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에는 그런 걸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중이 뭘 바라는 걸까 궁금증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연예인들의 결혼에)대중의 포용이 커진 것 같다. 이런 걸 보면서 배우로서도 더 성숙해지고, 깊어지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
그런 김무열에 어딜 가든 아내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게 불편하진 않냐고 물었다. 김무열은 “전혀”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그는 아내 덕분에 ‘스타일리시한 남자’ 이미지가 생겨서 기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무열은 “사실 전 트렌드함과 아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고 말하며 스타일리시한 커플로 꼽히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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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제가 제대로 ‘꽃다발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아내가 정말 패셔너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결혼 전에는 ‘동안’이란 소리를 들은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보니 ‘동안 커플’이 돼 있더라.(웃음) 이제야 조금 패션을 알 것도 같다. 그런 주제에 처음에 윤승아 씨와 사귈 때 옷 가지고 제가 ‘어드바이스’를 준 적도 있다. 모르는 눈으로 감히 제가 평가를.(웃음) 다 아내 덕이다.”
아내 자랑과 초반 사귀었을 때 연애가 들통(!)났던 ‘취중 트위터’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한참을 웃던 김무열은 다음 작품에 대한 물음에 “저 사실은 굉장히 웃긴 사람”이라며 단번에 ‘코미디’를 꼽았다. 그러면서 “액션 있는 작품은 당분간은 안 하고 싶은데”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 배우, 까도 까도 또 나오는 ‘양파’ 같은 남자임이 분명했다.
“저는 코미디, 시트콤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정말 웃겨드릴 자신이 있다. 대중이 모르는 김무열의 모습이 참 많다. 코믹한 형사나 공무원 같은 걸 하면 반듯한 이미지를 깰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반 듯’ 이미지는 사실 저와 거리가 멀다.(웃음) 아직 제게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생각한다. 살도 찌워보고 싶고, ‘러브픽션’ 속 하정우 선배처럼 제대로 망가져보고 싶다. 웃긴 김무열이 상상이 안 간다고?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재밌을 거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