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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는 없다. 21세기형 신데렐라는 자신의 사랑을 직접 쟁취할 줄 아는, 멋진 여성으로 거듭났다.
여자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바로 그녀, 신데렐라가 올 가을 한국 뮤지컬 팬들을 찾아온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외부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 국내 초연되는 이 작품은 원작 동화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만난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은 당차고 의식 있는 여성으로 거듭난 신데렐라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극중 신데렐라는 자신이 반한 왕자에서 적극적으로 유리구두를 남기는 당찬 아가씨로 그려진다. 왕자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과연 왕이 될 자질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신중한 청년으로 등장한다. 신데렐라의 두 의붓언니 역시 원작과 다르게 묘사된다. 맏언니 가브리엘은 혁명가와 사랑에 빠져 신데렐라의 비밀을 공유한다.
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은 작품을 보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금방이라도 혁명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배경 속,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스토리도 뮤지컬 ‘신데렐라’만의 볼 거리다. ‘사랑’과 ‘정의’가 공존하는 스토리라인도 억지스럽지 않게, 무리 없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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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드레스와 웅장한 무대 세트, 이를 돋보이게 하는 조명 예술도 남다르다.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동화 같은 장면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요정 마리의 도움으로 진행된, 누더기 옷을 입고 있던 신데렐라의 변신은 인상적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싶다. 두 번의 변신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기대하고 봐도 좋다.
왕궁에 입성한 신데렐라가 크리스토퍼 왕자를 만나 선보이는 왈츠 역시 관객들의 로망을 그대로 표현한다. 단순히 신분상승, 인생역전을 꿈꾸는 신데렐라가 아니기에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설정도 꽤 흥미롭다. 첫눈에 반했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눈이 맞은 두 사람의 ‘케미’가 재미를 더한다.
서로 다른 매력의 배우들이 서너명씩 캐스팅된 만큼 날마다 새로운 ‘신데렐라’가 관객을 맞이한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뮤지컬 배우의 노련함으로 무장한 안시하,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서현진과 통통 튀는 매력과 특유의 가창력이 돋보인 윤하까지 (백아연은 이날 프레스콜에 불참했다) 3색 매력이 돋보이는 신데렐라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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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중심에 선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는 총 세 번의 키스신을 선보인다. 배우 안시하가 “정확하고, 길고, 깊게 선보였다” 한 만큼 극의 진행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키스신 역시 흥미로운 볼 거리다.
전막 두 시간 넘는 공연은, 타이틀롤 역을 맡은 여배우들이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역동적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쉴 새 없이 눈과 귀가 즐겁고, 행복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이 행복한 동화 속 왕자와 공주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의 입가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등을 쓴 걸출한 작곡가-작가 파트너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1957년 쓴 TV방송용 뮤지컬 ‘신데렐라’를 바탕으로 한다. 각색은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맡았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지난 12일 개막, 오는 11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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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